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7-19 조회수 : 264
Red to Blue - 9~11

9

호주 시드니근교. 고스포드

새벽 무렵 강철(姜鐵)은 소변을 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나이를 먹어 가면서 시도 때도 없이 요의(尿意)를 느꼈다.
잠결에 전광시계를 보니 새벽 3시였다. 이때 아래층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정신이 번쩍 난 강철은 잠이 다 달아나 버렸다.

고양이처럼 사뿐이 일어나 국방색 작업복을 걸치면서 다시 한번 아래층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끼-익, 끼-익 강제로 창문을 여는듯한 소리는 잠시 멈추었다가 또다시 들려왔다. 이따금씩 바닷바람에 부엌 창이 흔들리기는 하지만 이 집으로 이사 온지 석 달이 되었어도 지금까지 이런 소리를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강철은 가만히 손을 뻗어 침대 머릿장 서랍을 열고 15발의 총알이 장전된 9mm 베레타를 힘껏 잡았다.
침실을 나선 강철이 아래층으로 통하는 문 뒤에 숨어서 계단 아래쪽 어둠 속을 응시했다. 권총을 쥔 오른손이 가볍게 떨렸고 심장 뛰는 소리에 호흡이 가빠졌다.

그를 맞은 것은 어둠의 정막 뿐이었다.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시간은 흘렀다.
2층 창문을 통해 거리의 수은등이 희미하게 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강철은 그 창문을 살며시 열고 신속히 밖으로 빠져 나가기로 결심했다. 침입자가 아래층 어디엔가에 숨어 있다면 퇴로를 차단해 녀석을 잡기로 결심 했다.

새로 수리한 2층 창문은 소리도 없이 잘 열렸다. 창문을 타고 아래층 지붕 위에 엎드린 강철은 새벽 이슬에 젖은 기와장이 몹시 미끄러웠다.
정원의 잔디는 수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녹색이 아닌 푸른 색으로 보였다. 사위가 고요한 새벽은 아주 평온했다.
정원수로 심겨 있는 수십 그루의 거대한 팜츄리 나무 그늘이 길게 지붕 위를 감싸고 있어 강철의 모습을 어둠 속으로 은폐시켜 주고 있었다.


침입자가 곧 2층으로 숨어드는 것이 창을 통해 강철의 눈에 환히 들어왔다. 몸에 딱 달라붙은 스웨터와 검은 운동복 바지를 입은 녀석은 수년간 체력단련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단단한 상체를 가진 동양인이었다.
녀석의 손에는 권총도 칼도 없었으며 마스크로 얼굴만 가리고 있었다. 어쩌면 좀도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입자는 복도를 거처 2층 침실 방을 모두 살며시 열어보고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복면을 벗었다. 빈집으로 착각한 것 같았다.

녀석은 다부진 몸매와 부리부리한 안광을 가졌다. 그 큰 눈이 조명에 반사되어 눈알이 무섭게 번들거렸다. 함부로 상대할 그런 녀석은 아니었다.
녀석은 휴대용 랜턴을 복도 벽에 비스듬히 세워 놓은 후 그 반사 불빛을 이용해 2층 계단 한 모퉁이를 뜯어내는 작업을 곧 시작했다.
계단 마루판은 손 쉽게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계단 밑 검은 허공이 커다랗게 입을 벌렸다. 순간 녀석의 몸이 그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깅철은 잠시 망설였다. 지금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녀석이 열어놓은 계단 마루 상판을 위에서 덮어 버리면 녀석은 계단실의 좁은 공간안 에 꼼짝없이 갇힐 것이다. 이렇게 녀석을 잡아놓고 경찰을 부르면 사건은 매우 간단해 진다.
판단이 선 깅철이 곧 민첩하게 몸을 움직였다.

새벽 3시 ‘집안으로 침입한 도둑을 잡았다’라 신고를 접한 경찰의 출동은 신속했다.
경찰은 5분만에 도착했다. 순찰차의 경광등 조차 켜지 않은 채로 조용히 강철의 집앞에 멈추어섰다.

경찰에 의해 수갑이 체워진 녀석은 협소한 마루밑 공간을 빠져 나오느라 긁힌 자국과 찢어진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몸에 딱 붙은 목이 긴 검정색 스웨터는 어깨 부분이 찢어 지고 감색 바지는 무릎이 들어나 있었다.

수갑 채워진 손목의 옷 소매 사이로 녀석의 울퉁불퉁한 근육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강철을 향해 만면에 징그러운 웃음을 띠며 붉은 입을 쩍 벌려 나직이 욕설을 퍼부었다.
“쫑 간나 새끼”
강철은 머리끝이 곤두서도록 놀랐다.
외국 생활 십수 년 만에 처음으로 들어본 북한 사투리 “쫑 간나 새끼”라는 욕설 때문이었다.

강철이 그 옛날 대공 수사관 시절, 남파된 간첩을 잡아 심문 할 때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욕설이 바로 “나 죽여라, 이 쫑 간나 새끼야” 였다.

강철은 싸늘한 새벽 공기와 함께 닭살이 돋아 오르는 오한에 몸을 떨어야 했다. 이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의 떨림이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놈이 숨어든 강철 의 집, 계단실 밑을 수색해 미화 2000만 달러를 발견하고 그 돈을 압수해 갔다. 그 돈은 곧 위조지폐라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연방 경찰은 강철 이 이 집으로 이사오기 전에 이 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추적 수사에 착수 했다.



시드니 블랙타운. 중앙로

빛 바랜 회색 건물들이 늘어선 시드니 서쪽 도시 블랙타운 중앙로, 앵글리칸 처치와 월드비전 홀을 지나쳐 좌측으로 굽어 들면 유대인 탐이 경영하는 총포사가 있다. 그는 고객을 선별해서 장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우선 인터폰으로 방문자가 이름을 밝히면 가게의 육중한 철문이 열린다. 가게 안쪽은 유리 벽을 가운데로 하여 보안 장치된 각종 총기류 판매대와 사격 테스트 장으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총포사를 들어서니 탐이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안녕하세요? 소령님.”
그는 쾌활한 목소리로 우리를 향해 인사했다. 그의 강한 영국식 억양이 실내를 크게 울렸다.
“안녕하시오? 탐.”
강철(姜鐵)의 옆에 선 예비역 소령 역시 탐에게 큰소리로 응답했다.

“그런데 소령님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이 시간에……”
“별일 아니오. 실은 당신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이쪽은 강철(James Kang).” 소령의 소개에 따라 우리는 악수를 나누었다.

이렇게 강철(姜鐵)은 참전용사인 호주 전역 소령을 앞세워 총포사 주인 탐을 소개받았다.
“그런데……제가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 설마 두분께서 스트레스 땜에 총 몇 발을 쏘고 싶어 오신 건 아니실 테고…?”
탐이 너스레를 떨었다.

전역 소령은 차분히 오늘 새벽 강철의 집에서 일어난 괴한 침입 사건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제야 탐의 장난끼 어린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총이 필요 하십니까? 짐작 컨데 놈은 전문 테러리스트 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 그가 더욱 흥분해 계속 말했다.

“전문가라는 놈들은 자동소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함부로……. 그레이하운드 대합실에 앉아있는 누군가를 함부로 망원 조준경을 통해 쏴버리는 것쯤은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강선생님께서도 당장 총을 준비하셔 야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탐이 강철에게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령님과 상의해 이리로 온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라면 물론 대비를 하겠지요. 옛날에는 어떤 총을 쓰셨습니까? 총은 늘 손에 익은 익숙한 물건이 좋습니다. 근년 들어 사냥은 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네, 옛날에… 45구경과 M16 자동소총을 다루어 본적은 있지만 오래전 입니다.”
탐 은 얼굴을 찌푸렸다. 만약 전문 테러리스트의 표적이 되어있는 상황이라면 옛 실력만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라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사냥을 하신 적이 언제쯤입니까?”
“오리사냥을……심심풀이로…… 그것도 최근에는 하지 못했습니다.”
강철 의 대답은 엉성했다.

“다른 사냥은요?”
“지난 9월에 한번 소령님의 레밍턴으로 비둘기를 몇 마리 잡았습니다.”
옆에선 소령이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밍턴은 누구나 좋아하는 물건이죠. 하지만 근거리에서는 엽총이 최고입니다.”
탐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했다.

“총열은요? 그것까지 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인치 탄창과 소총용 가늠쇠가 달린 것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자동으로 놓으면 다섯 발이 나갑니다. 실탄은 4번 총알이 좋습니다. 유효 사거리가 약 90야드 정도 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한 거리죠. 중요한 건 사냥용 탄환으로 목표를 명중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그것도 단번에 말이죠.”

그는 잠시 쉬었다 다시 말했다.
“그리고 권총도 쓸만한 것으로 준비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강철(鐵)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일들은 곧 총포소지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 라 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머리 속은 온갖 복잡한 생각으로 뒤엉키고 있었다.
그런 그의 속셈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탐이 말했다.

“무기소지 허가 받는 일일랑은 걱정 마십시오. 저희들이 직업상 늘 하는 일 이니까요. 좋습니다. 그럼 간단한 사격 테스트를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리 오십시오.”
탐은 강철을 옆방으로 안내했다. 그는 곧 종업원에게 상자 하나를 들여오도록 지시했다.

*

“여기 22구경이 있습니다.”
그는 상자의 뚜껑을 열고 강철에게 22구경 자동 권총을 건네주었다. 강철은 총을 받아 들고 먼저 탄창을 빼낸 후 노리쇠를 뒤로 잡아당겨 실탄이 장전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총을 다루어 본 사람의 습관화된 총기 안전수칙 이었다. 탐은 이런 강철의 손놀림을 지켜보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강철은 총을 잡고 사격자세를 취한 후 조준연습을 반복해 해 보았다. 모든 총기류는 총마다 약간씩 그 느낌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이 총은 균형감과 정확한 조준판이 잘 맞추어진 연습용 권총이었다.

“좋은 물건인 것 같습니다.” 자세를 바로 하면서 강철이 한 말이다.
“그러나 콜트보다는 좀 가벼운 데요.” 강철은 은연중에 자신이 권총을 다루어 본 경력자임을 드러냈다.

“이걸 끼우면 좀더 무게중심이 잡힐 겁니다.” 드디어 탐이 실탄이 든 탄창을 건네주었다.
“모두 다섯 발입니다. 탄창을 끼우시고 제가 말할 때까지 장전을 하지 마십시오.”

탐은 고객에게 공손히 말하는 법을 잘 지키고 있었다.
“저쪽 9번 레인으로 가십시요. 긴장을 푸시고 느긋하게 공원에 소풍 나와있다는 생각으로 사격 준비를 하십시오.”
“자~ 준비 되셨습니까?”
“예” 강철 은 씁쓸히 웃으며 마음속으로 대답 했다.
탐은 조명스위치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 실내 전등을 껐다.

“좋아요. 총을 사정거리 안에 두십시오. 자~ 첫 번째 탄환을 장전하시고, 마음을 편히 가시세요.”
강철이 왼손으로 권총 슬라이드를 뒤로 당겼다가 놓자 찰칵 하는 금속성소리가 크게 울렸다.
강철은 사격 준비를 취한 다음 스스로에게 다짐 했다. ‘마음을 편히 가져라.. 나는 지금 가벼운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

이때 갑자기 건너편 표적 쪽에서 폭죽이 터졌다. 그 폭죽 터지는 소리에 강철은 펄쩍 뛸 듯이 놀랐다.
폭죽소리 와 동시, 탐의 다급한 목소리가 강철의 귓전을 때렸다.

“나타났어요! 저기 적군이 나타났어요! 쏘세요! 빨리 쏘세요!”
약 50피트 떨어진 앞쪽에서 사격목표물이 조명을 받으면서 갑자기 나타났다.
강철은 단지 게임일 뿐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댔지만 생각처럼 몸이 진정되지 않았다.

강철은 22구경 권총으로 전방에 나타난 목표물을 향해 정신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순식간에 총알 다섯 발을 모두 쏴버렸다.
아직도 권총발사 소음이 실내에 가득한 가운데 강철은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총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빌어먹을!’ 자기도 모르게 강철은 불만의 소리가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


밝은 조명이 다시 들어왔다. 화약냄새가 방안을 진동했고, 총에 맞은 타겟은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소령은 사무실 유리벽 안에 안전하게 대피해 있었다. 그러나 탐은 강철의 뒤에서 언제라도 철이 실수할 경우를 대비해 총을 낚아챌 채비를 하고 있었다.

탐이 말했다.
“일반인에게 이런 실제상황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고안해 만든 것이 이 서바이벌 게임 비슷한 바로 이런 사격연습 입니다.
자~ 이제 과녁을 한번 살펴보도록 합시다.”

탐이 버튼을 누르자 작은 전동기의 모터소리와 함께 과녁이 강철의 눈앞으로 이동해 오기 시작했다.

‘제기랄!’
철은 표적지를 보면서 또다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처음 실력으로 성적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닙니다.”
표적을 보면서 톰이 위로했다.

과녁에는 4발이 맞았다. 한발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고, 두발은 빗나간 상태였고. 마지막 두발이 표적의 가슴과 배를 명중시켰다. 이 때문에 표적이 바닥으로 쓰러진 것이었다.

다섯 발에 두발이라…… 아마 마지막 두발일 겁니다. 조준 시간이 좀 길었어요. 그러나 처음치고는 절대 나쁜 성적이 아닙니다.” 탐이 거듭 말했다.

“하지만 실전이었다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겁니다.”
은연중 에 또다시 그런 소리를 내 뱉었다.

총포사 주인 탐이 다시 말했다.
“강선생님의 사격 솜씨는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훈련 받은 일반 경찰 정도의 수준이라 할 수 있죠. 물론 선생님은 그들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
“그건 무슨 뜻이죠?”

“경찰 업무는 평상시의 질서 유지 이지만 강선생님은 당장 테러 리스트 공격으로부터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놈들은 선생님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날은 아주 운이 좋았지만 앞으로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납니다.”
탐이 계속해 말했다.

“준비해야 할 일이 두 가지가 더 있습니다. 집에 경보장치를 설치하는 일과 정기적으로 사격연습을 하는 일 입니다. 앞으로 한달 동안 매일 나오셔서 22구경을 다루어야 합니다. 사격은 골프와 똑같습니다. 잘하려면 매일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훌륭한 선생도 필요하죠.”
여유를 찿은 탐이 계속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강선생님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잘 가르쳐 드리죠. 이래뵈도 제가 연방 경찰 사격교관 출신입니다. 선생님 댁에 경보장치는 되어 있습니까?”

“네, 일반적인 장치는 되어 있습니다.”
“조금 특별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당장에라도 시스템을 바꾸겠습니다.”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선생님댁 실내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시간적인 여유를 얻은 다음 엽총과 권총을 집안에 준비해 둔다면 먼젓번처럼 침입자가 있어도 안심할수 있을 겁니다. 아까도 얘기 했지만 목적은 테러리스트로부터 우선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10

호주. 엘리스 스프링
파인켑(PINE GAP)

눈길이 닿는 데까지 아득하게 쭉 뻗은 끝 없는 모래밭, 모래언덕 위에 듬성듬성 박힌 조약돌 사이로 작은 도마뱀들만 무리 지어 살아갈 뿐 태고적부터 사람의 발길이 끝난 듯한 곳이 여기였다.

저녁이 되어 서늘한 기운이 찾아 들면 조약돌 틈사이의 작은 오아시스에서 모래바람 폭풍을 예보하는 곤충들의 움직임만 분주한 이 곳, 오직 적막하고 황량한 이 벌판 한가운데 언제부터 축구 경기장처럼 거대하게 생긴 14기의 레이더 보호용 돔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근처에 대략 10미터 높이의 안테나 단지가 50미터 간격을 두고 들어섰다.

바로 이 안테나에 수집되는 정보가 미국과 호주의 수도 캔버라로 전송된다. 또한 대기 성승권에 위치한 인텔셋 6이라 불리는 통신 위성도 정보수집에 한 몫을 한다.



인텔셋 6은 원래 국제전화 연결이 본연의 목적이기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전화의 음성, TV화상회의, 펙스, 온라인 교신과 아날로그 교신에대한 분석을 취급하면서 자연 군사용 정보도 수집이 되어 축적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이 위성의 특징이었다.






11

미 정찰 위성. KH-12

6월 첫 토요일, 자정이 갓 넘은 시각 미국 케이프 케너벌 인공위성 발사대에 정찰 기상위성 KH- 12가 발사대기에 돌입했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 하늘 아래 흰 알루미늄 색깔의 로켓은 여러 갈래의 오색빛 줄기의 조명을 받아 정의로움으로 무장된 기사처럼 그 용맹을 떨쳤다.

새벽 2시 15분, 이동식 발사 시스템 타워가 옆으로 향해 넘어지는 듯 하더니 이내에 지축이 흔들리면서 새하얀 뜨거운 증기가 발사대 하단 아래쪽을 삼켜 버렸다. 위성은 곧 중력을 회복하고 정상 고도로 진입키 위해 시속 27,200KM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어둠을 뚫었다.
금세기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이 KH-12는 위성 섬유 유리막 안에 단단히 보호되어 있었다.
KH-12의 주 정찰 목표는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었다.
KH-12 가 수집한 정보는 호주 중부 사막 지대에 깊숙이 세워진 파인갭(PINE GAP)을 통해서 미 중앙 정보국(CIA)및 국가 안보국(NSA)으로 전달 된다.

즉, 호주 사막 기지의 파인갭은 미국과 호주와 스페인을 잇는 삼각 위성정보 기지국으로 지구 궤도 상의 모든 첩보 위성의 통제 센터 이기도 했다. 이렇게 미국은 호주 에서 2001년부터 미사일 방어 경보체계(MD) 시스템을 가동시켜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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