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정재성 작성일 : 2016-01-01 조회수 : 308
2016년 새해아침 현충원 참배








2016년 새해아침 현충원 참배


엊저녁엔 술 한 잔도 안했는데 여느 때보다 일찍 잠이 쏟아졌다. 그러나 2015년을 보내는 마지막 날인 만큼 집사람과 같이 보신각 타종모습을 지켜보려고 눈을 비비며 참았다.



여느 때 같으면 2-3일전에 전우들에게 연락을해서 현충원 참배를 하자고 기별을 보냈어야했지만 이번엔 생략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고희(古稀)를 넘긴 노병들을 새해첫날부터 새벽잠을 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잠자리에 일찍 드나 늦게 드나 잠이 깨는 시간은 별반 변동이 없다. 늙어감의 정확한 증표라 믿는다. 오늘 아침도 5시40분에 깨어져 일찍이 현충원 참배를 가기로 하고 서둘렀다.



정초부터 전철 갈아타는 게 귀찮아서 택시를 타고 7시30분경 현충원 정문에 당도하니 헌병들과 경찰들이 늘어서있고 정문이 닫혀있었다. 동문 쪽으로 가서 한참을 도보로 이동했다



동작동의 기온은 언제나 다른 곳에 비해 약 2-3도는 낮게 느껴진다. 제법 차가운 아침 공기이다. 현충문 참배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굵직한 참배객들이 차지하고 있어 오늘은 참배할 기회가 없어보였다. 맘속으로만 예를 표하고 고 채명신 사령관님 묘소로 직행했다. 솔직히 혼자 일찍 오게 된 이유도 사령관님께 새해 인사를 드리고자함이었다.



묘소를 지키고 있는 조화(弔花)와 표지석위에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있었다. 손수건으로 표지 석을 닦으며“ 사령관님, 좀 추우셨죠?”라고 여쭤봤다. “아냐 괜찮았어” 라고 답하시는 것 같았다. 크게 충성을 외치며 새해인사를 드리고 고개 숙여 묵념을 했다.



눈을 들어 사령관님 뒤로 늘어선 위대한 월남전 참전 전사자들에게도 위로와 함께 묵념을 했다.



잠시 서성이는데 현역 육군 대령한사람이 다가오면서 인사를 건넨다. 경호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수방사 작전처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평소 채명신 사령관님을 무척 존경해왔다고 했다. 표지석의 영문 문구를 쓴 분이 궁금했었는데 이제 알게 됐다며 무척 반가워했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작전처장하고 기념사진 한 장을 찍고 있는데 사모님께서 식구들과 함께 묘소에 나오셨다. 오늘 손님들이 오신다고해서 딴 때보다 이른 시간에 오셨다고 말씀하셨다. 사모님은 날씨가 차가워서 오래 머무르시지 못하고 이내 귀가하셨다. 나도 정문 쪽으로 걸어 나오는데 누런 배지를 단 사람들이 삼삼오오 차에서 내리고 또 밀려들어왔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무슨 자랑스러운 일을 했기에 저리도 당당하게 애국선열들을 알현하러 몰려올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염불과 잿밥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을 대하는 내 맘은 씁쓸했지만 그래도 존경하는 사령관님께 새해 첫인사를 드리고 돌아서는 내 발걸음만은 무한히 보람되고 가볍게 느껴졌다.






코멘트 작성자 :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