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건 작성일 : 2012-10-04 조회수 : 656
어둠 속에서…… (시드니 이민자 이야기 6번째)

 


 


 


 


 


             어둠 속에서…… (시드니 이민자 이야기 6번째)


 


                          글/ 김 건


 


 


 


승우가 내려선 지하 빗물 배수시설(排水施設)은 크고 작은 곁가지 배수관들이 한곳으로 모여 마치


작은 운하(運河)를 이룬 듯 했다.



땅속에 이렇게 거대한 물길이 있으리라고는 미쳐 생각지 못 했었다.


 


승우는 번쩍이는 은빛 물결을 따라 한걸음씩, 한걸음씩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수색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맨홀에 빠진 소녀가 아래쪽으로 떠내려갔을 것이란 짐작 때문이었다.


물은 제법 허리까지 찾다.


 


승우는 우선 배수로 벽에 한 뼘 씩나 자란 이끼 위를 더듬어서 안전로프를 고정시킬 만한 장치가


있는 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녹이 쓸긴 했지만 커다란 금속이 대략 오륙 미터 간격으로 벽을


따라 촘촘히 박혀 있었다.


 



승우는 로프 한쪽을 든든한 금속 고리에 걸고 잠금 장치를 했다.


 


이제부터 어깨에 걸친 줄을 서서히 풀어 나가며 하류를 향해 수색 작업을 벌이면 될 터이다. 승우는 한 발 한 발 어둠속을 향해 물결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발아래 감지되는 바닥은 몹시 미끄러웠다.



물의 깊이와 바닥의 미끄러움 때문에 여학생이 충분히 떠내려 갈 만 했다.
갈수록 점점 터널속이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어두움의 깊이가 너무 깊어 켑 램프 불빛이 점점 오렌지색갈로 변해가는 것 같았다.


그동안 승우는 곳곳에서 숱한 인명구조 작업에 참여 했지만 이처럼 혼자서 터널 속으로 들어오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승우는 터널을 몹시 싫어했다.


터널은… 깜깜한 어둠과 숨 막히는 긴장감이 자신의 모든 것을 옭아 메기 때문이었다.


어둠속에서 일어날 예상치 못한 일들이 그를 한없이 두렵게 했다.


 


일정하게 들려오는 이 물 흐르는 소리…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이 어둠… 괴기스런 이 공포감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승우는 몰려드는 두려움을 물리치기 위해 아들 녀석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더 떠 올리려 애를 썼다.


‘올해로 나이가 27살 되었으니… 이젠 제법 의젓해 졌을 거야, 암 그렇고말고…….’ 검은 벽 저쪽에


서 아들 녀석이 그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도 승우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인해 등에 땀이 배어났다.


그는 어둠을 헤치며 한 발… 두 발… 계속해 전진했다.


 


계속 전진하며 그는 가끔씩 저 깜깜한 앞쪽을 향해 커다란 목소리로 사람을 찾았다.
“거기 누구 없어요? 대답해요.



 


우웅~~ ~ ~ 없어요~ 해용~ 우웅~ ~
어둠속 저편에서 메아리가 습기 찬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서 되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본능적으로 터널 속의 위험을 냄새 맡을 수 있는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전율 했다. 떠오르는 옛 생각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승우는 몰려드는 두려운 생각을 떨치려 머리를 세차게 도리질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은 이미 아련한 생각이 떠 오르기 시작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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