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시드니 이민자 이야기 두 번째)
글/ 김 건
“여보! 빨리 전화 받아요” 아내가 발코니에서 빨래를 걷다 말고 소리쳤다.
갑자기 날씨가 변덕을 부리고 있었다.
승우는 겨우 몸을 일으켜 전화기로 손을 뻗었다. “이승우 씨 댁입니까? 저는 고스포드 비상재난 센터 수잔 로렌스 입니다….”
승우가 수화기를 들자마자 그녀는 용건부터 말했다.
“… 죄송합니다만 선생님께서 급히 도와주실 일이 생겼습니다. 방금 빗물 배수관에 한 소녀가 빠졌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승우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내가 열어젖힌 발코니의 문으로 차가운 바닷바람이 들이 닥쳤다. 정신이 번쩍 났다.
“그 신고를 받은 게 언젭니까?” “바로 조금 전이예요.”
“지금 거기… 센터에는 아무도 없나요?”
“예, 모두 뉴카슬 침수지역으로 출동 했습니다.”
“알았어요. 곧 가겠소.”
승우는 윗옷을 집어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무슨 일인지… 조심하세요. 여보!” 아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현관까지 따라 나오며 그에게 말했다.
“걱정 말아요. 곧 다녀오리다.”
승우는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에는 검은 먹구름이 가득했다.
금방이라도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오전 까지만 해도 맑은 하늘이었는데… 요즘 날씨는 통 종잡을 수가 없었다. 빅토리아 주에서는 유래 없는 가뭄으로 인해 두어 달 전에 큰 산불이 번졌다.
그 산불이 한 마을을 덮쳐 200여 명의 인명피해를 낸 호주 사상 초유의 자연재해를 발생시켰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물난리가 난 것이다.
뉴사우스 웨일스주(州) 시드니 근교 일부 지역에 어제 밤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한 마을이 통째로 물에 잠겨버렸다.
수해를 입은 마을은 이곳에서 50여 킬로미터 더 북쪽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 수해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구조센터가 여기 고스포드 소방서였다.
그래서 이곳 S.E.S(State Emergency Services) 재난구조 반원들이 모두 그쪽 침수지역으로 총 출동해 일손이 딸린 나머지 부득이 승우에게 도움을 요청 한 것으로 짐작이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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