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여! 내 조국이여! (제67회)
글/ 김 건
고문(拷問) ①-6
장갑수의 심문은 50여분 만에 싱겁게 끝이 났다.
시드니 기차역에서 살해된 흑인에 대해 준이 물었을 때 장갑수는 단번에 말을 더듬거렸으나 준이 리모트 컨트롤을 집어 들자 질겁을 하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흑인 마약 중독자는 자기 조직이 고용한 고용인에 불과한데 그 흑인이 자기 조직을 너무 깊이 알았을 뿐만 아니라 고스포드에 살고 있는 한 여자 청소원을 강간했다고 했다.
그리고 캔버라 대사관 마을에 있는 여자 외교관 사택을 침입해 일을 망친 책임을 묻기 위해 지시에 따라 살해 했노라고 재빨리 자백을 했다.
“고스포드 젊은 여자 청소원을 강간한 건 두 놈이었잖아.” 준이 그의 자백을 다시 한 번 확인 했다.
“맥이란 그 흑인 놈이, 그 놈이 먼저 했어요. 그 놈은 동양 여자를, 젊은 동양 여자를 너무 좋아해요. 나는 아니예요.” 장갑수는 잔뜩 겁에 질려 마른 입술에 침을 묻혔다.
“너는 어떻게 알고 고스포드로 갔었지?” “실은, 저는 맥을 따라 그냥…”
준의 눈이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나 질문은 다시 계속됐다.
“캔버라엔?”
“저는 캔버라에 간 일이 없습니다. 맥이란 놈이 혼자 미국여자 집엘 들어갔습니다. 사실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장갑수는 깊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이마에선 계속 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의 쉰 목소리는 더욱 가늘게 떨렸다. “처음 계획은 고스포드 당신 집을 뒤져 보러 갔었는데 집 앞에 경찰차가 있어 포기하고 당신이 고용한 여자 청소원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맥이 말한 것처럼 그 동양여자가 너무 예뻤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맥이란 놈이, 그 놈이 여잘 건드렸습니다.”
가냘픈 목소리로 푸념하듯 말을 이어가던 장갑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그쳤다. 건너편에 앉아 자기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던 준의 핏발선 두 눈이 갑자기 꿈틀 했기 때문 이었다.
“그 다음날은 네 놈이 나를 죽이려 했지?” 준의 갈라진 목소리가 장갑수를 무섭게 추궁했다.
“아닙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또 다른 범죄사실이 들어날 것이 두려운 듯 그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날 새벽 켄버라 가는 길에서 네가 덤프트럭으로 내 자동차를 덮친 후에 교통사고로 위장하려 했잖아 안그래?”
“아닙니다. 전- 저는 아닙니다. 보스가 다른 부하에게 시킨 일입니다. 저는 다만 조직 안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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