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여! 내 조국이여! (제66회)
글/ 김 건
고문(拷問) ①-5
남자는 여전히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남자의 눈은 결연한 빛을 띠어 자신이 벹은 말이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왜지? 도대체 저 놈이 누구지? 어디서 봤더라?’ 장갑수는 애써 태연하려 했다. 그리고 공포심을 노여움으로 누르려 했다.
“너 이 새끼!” 장갑수는 악을 쓰며 사내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사내가 의자에서 일어서자 금방 기가 죽었다.
일어선 남자는 건전지가 삽입된 리모트 컨트롤을 손에 들고 탁상 위에 놓인 시계를 손짓해
가리켰다.
그리고 버튼을 한번 꾹 눌렀다.
순간 시계 분침 바늘이 휙 10분을 지나쳤다.
눈 깜빡 할 사이에 시계의 분침은 0시 10분으로 이동해 버렸다.
남자가 말했다. “네가 필요 없는 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이 시계는 10분씩 더 빨리 간다.
이제 네 항문 속의 폭탄은 50분 후면 폭발 할 거야.”
장갑수의 눈에서 서서히 공포의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전혀 흥분하지 않았고 차분히 그냥 책장을 한 장 넘기듯이 장갑수의 목숨을
간단히 10분 미리 앞당겨 버렸기 때문이다.
장갑수는 남자의 눈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았다.
더 없이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장갑수는 그가 무서웠다.
이마로부터 흘러내리는 비지땀이 눈을 적셨다.
장갑수는 남자에게 더듬더듬...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이요?”
남자가 턱을 당기며 아무 일도 아닌 양 쉽게 말했다. “시드니 기차역…. 마약 중독자 추락 사건부터 어디 설명 해 보시지…”
순간 장갑수의 눈이 갑자기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앗, 그렇다. 이 자가 바로 신문에 난 '김 준'이로구나.
그래! 맞다! 바로 이 자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는데 그렇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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