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한 아이와 이상한 세상 (시드니 이야기 8번째)
변호사는 노련했다.
시드니 총 영사관에서 김종인군을 위해 선임한 교민출신 변호사는 노련했다.
변호사는 전략상 부득이 검사와 딜(deal)을 할 수밖에 없다라는 마지막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즉, 피고(김종인)이 계속 무죄만 주장 할 것 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쪽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형량의 경감(輕減)처분을 받아보자는 그런 전략을 세운 것 이다.
물론 판사의 성품에 따라 그 성공 여부가 가늠 될 수 있지만 이런 카드도 함부로 섣불리 내밀면 오히려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마지막 카드는 강력 범죄에서는 잘 쓰질 않는다.
하지만 김 종인 군은 경찰의 기소 죄명대로 라면 가석방 없이 꼬박 7년을 감옥 안에서 썩어야 할 판 이니, 이런 모험에라도 기대를 걸어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변호사의 생각이다.
변호사의 설명은 살인(과실치사) 보다 더 무서운 것이 미성년자 강제 성폭이라 말했다.
듣고 보니,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가슴속으로 하나님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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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주말 밤11시 동성애 자들이 모여드는 시드니 어느골목길 입구에 위치한 팝은(선술집)은 손님들로 붐볐다. 기분 좋게 술에 취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빠져 나오기 시작하는 시각이었다.
골목 길은 좁고도 길다.
사내 아이는 이 좁은 골목길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가로등에 비친 열 다섯 살짜리 의 모습은 완연한 성인의 모습이었다.
어느 집 인가 담장 너머로 피아노 소리 가 희미하게 끊어지다 이어지다 를 계속하며 흘러
나온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멜로디라고 아이는 생각했다.
아이는 거름을 느리게 또는 빠르게 걸어본다. 거름이 빨라질 수록 보도 부럭을 울리는 구두
발자국 소리가 골목길 안으로 음산하게 퍼져 나갔다.
그때 자신의 발자국소리에 겹쳐서 또 다른 구두 굽 소리가 조바심을 쳤다.
누군가가 뒤를 따라 오고 있었다.
뒤따라오는 존재를 의식한 아이의 가슴이 갑자기 격렬하게 뛴다.
알 수 없는 이 두근거림은 공포와 기대감과 희망 같은 것이라고 아이는 생각했다.
벌써부터 숨이 차다.
벌써 다리가 풀린다.
오늘도 역시 아이는 착용 감이 부드러운 실크 팬티를 입고 집을 나섰다. 항상 동성애 남자
들의 손길이 부드러운 실크를 좋아한다고 아이는 생각했다.
아이는 자신의 예쁘장한 얼굴과 부드러운 가슴, 여자 같은 힙의 곡선이 동성애 자들의
시선을 자극한다고 믿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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