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한 아이와 이상한 세상 (시드니 이야기 7번째)
나는 분노를 삭이며 한번 더 형사에게 항의했다.
“좀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수사를 해 주실 수는 없습니까? 죄 없는 사람이 억울하지 않토록 말입니다.”
“김 선생께서는 한국인 범죄자 선도위원 이 시죠? 선생은 도대체 무엇이 과학적이고 무엇이 합리적 이라고 생각합니까? 성폭행을 당한 소년의 피해자 가족들 진술을 들어 보면....
저녁밥 먹을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아이가 2층 침실에서 꿈쩍을 안 해, 방으로 올라가 보니 세상에… 방안은 온통 피 뭍은 옷이랑… 찢어진 팬티 하며…
거기에다 아이의 입술은 터지고... 얼굴은 퉁퉁 부어 있고...그래서 아이를 닥달 했더니 아이가 흐느끼며 모든 것을 다 실토 했답니다,
지금 선생님 옆의...그 김종인 인가 하는 그놈이… 순순히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주먹으로 아이를 때리고… 발로차고… 그렇게 해서 강제로 옷을 벗긴 후에 성 폭행을 했다는 겁니다.
27살이나 처 먹은 놈이, 15살짜리 어린 학생을 그렇게 폭행한 후에 강간을 하려 한 것이지요.
우리가 현장(침대 위)에서 체취한 음모(陰毛)를 과학 수사반으로 넘겨 DNA를 분석했더니
그놈(김종인의) 것과 일치함니다.
그런데도 그놈은 도리어 자기가 아이에게 당했다고 주장을 하는 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도대체 열 다섯살 짜리가 스물 일곱살 먹은 남자 어른에게 동성연애를 걸자며 협박까지 했다는데 그게 당 키나 한 소립니까?
그런 미친 소리를 어느 누가 믿겠어요?
그런데도, 김선생님의 말씀은 도대체... 무엇이 합리적고.. 무었이 과학적 수사라는 거요?
우리도 이 작자...김종인이가 계속해 억울하다며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아서...
피해를 당한 15살짜리 아이에 대해... 조사를 모두 해 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소문난 우등생 입디다. 주변에서 칭찬도 자자하고요.
물론 가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런 착하고 귀여운 어린소년을 이 김종인이가 망가트린 거요. 선도위원 선생! 선생은 그런 전후 사정을 알기나 해요?”
형사의 말을 듣고 보니 또다시 내 가슴이 철렁 내려 않았다.
나는 옆에 앉은 김군의 절망스런 눈빛을 차마 마주 바라 볼 용기가 없었다.
나에게 설명을 마친 형사의 얼굴에 서서히 증오의 빛이 나타났다.
그는 두어 번 기침을 했다. 다음 말을 강조하기 위한 준비인 것 같았다.
“나는 지난10년 동안 실수를 한적이 한번도 없었소. 다시 말해 수사에 실수 한적이 없단 말이요. 내 별명이 무엇인지 아시오 선도위원 선생?
내 별명이...송곳이오. 송곳처럼 범인 잡는 기술이 정확하단 말이오.
내가 장담 하리다 이 놈, 김종인은 보석이나 가석방 없이.. 아마도 7년은 감옥에서 썩어야 풀려날 겁니다.”
공포에 휩싸인 김군이 발악하듯 소리쳤다.
“협박 하지 마십시오. 저는 아무 죄도 없습니다.”
“지금 내가...너에게 협박을 한다고? 지금? 쥐 뿔도… 뉘우치는 기색 이라고는 전혀 없구먼….”
“증거를 …증거를 대시오. 내가 그런 흉악범 이라는 증거가 어디에 있습니까?”
흥분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김군은 계속해 흥분하고 있었다.
“…전,…전, 그런 흉악범이 아닙니다. 제발 절 좀 믿어주세요. 형사님… 흑흑…”
김군이 어깨를 들먹이며 억울해서…서럽게 울고 있다.
수갑 찬 그의 손등위로 눈물 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불행이란 실제로 무엇인지도 모른 체 고히 자란 젊은이였다.
이런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불행에 부닥친 것이다.
한국도 아닌 이 호주 땅 시드니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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