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건 작성일 : 2012-09-14 조회수 : 254
조국이여! 내 조국이여! (제58회)

 


 


 


 


 


조국이여!  내 조국이여! (58)


 


                                                                                           /  김 건


 


 


 


 


행방불명 된 교민 ①-6


 


문을 노크했다. 그러나 역시 대답이 없었다.
손잡이를 돌려보았다. 굳게 잠겨 있었다
.


 
문득 복도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창이 준에게 보였다
.
준은 비상 계단 쪽 창문을 열고 기어 올라 아파트 외벽으로 나왔다
.


 
3
층 외벽에 설치된 아파트 비상계단은 몹시 낡았고 녹이 슬어 있었다
.
준은 가능한 아래쪽을 내려다 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외벽에 손을 대고 천천히 옆으로 게 걸음을 걸어 마침내 2호실 방 창문 앞까지 도착했다
.


 
창은 10cm 가량 열려 있었다
.
준은 통풍을 위해 집 주인이 열어 두었으리라 생각했다. 누가 이런 모양의 자기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 전화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준은 창문을 충분히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방 안은 온통 곰팡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준은 어질러진 침대를 돌아 옷장 문을 열어 보았다. 속에는 옷이 가득 쌓여 있었다
.


 
몸을 돌려 욕실을 들여다 보니 화장실의 물은 한동안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다시 돌아나와 거실로 들어섰다
.


 
커피 테이블 위에 흩어져 있는 한국어 잡지들과 한국신문의 날짜는 한 달전 것이었다
.
부엌으로 들어가 보니 싱크대 설거지통 속 밥그릇들이 검은 곰팡이로 뒤덮혀 있었다
.


 
분명히 집주인은 곧 돌아올 생각으로 '잠시' 집을 비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준이 걱정하던 바였다
.


 
이 집 주인의 신상에 무슨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난 것이 틀림없다고 준은 생각했다
.
김준은 이제 제빨리 돌아가 시드니주재 한국 총 영사관 경찰 담당자에게 신고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부엌을 한 발짝 나섰을 때 희미한 소리가 들려 준은 흠짓 놀랐다.
그것은 분명 문이 여닫히는 소리였다. 준은 긴장된 자세로 몸을 낮추고 조용히 기다려 보았으나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준이 거실 쪽으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순간 준의 눈이 커다랗게 크게 떠졌다
.
그는 그것을 보는 순간 공포감에 기절해 버릴 것만 같았다
.


 
준의 눈에 보이는 출입문, 거기에 매달려 있는 방범용 체인줄이 아직도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준의 오른손이 자동적으로 왼쪽 겨드랑이 밑을 더듬었다. 그러나 겨드랑이 밑은 허전했다
.
준이 습관 처럼 겨드랑이를 더듬어 권총을 찾았으나
….


 
준은 또다시 무슨 소리가 들릴 때까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부엌 대형 냉장고 옆에 숨어 기다렸다. 침을 삼키기 조차 힘들 정도의 긴장감이 준의 심장을 압박했다
.


 
이 때 갑자기 멈춰 있던 냉장고의 모터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준은 모터 소리에 너무나 놀라 그만 신음을 토해 내고 말았다
.


 
적어도 5분 정도 더 기다려 보고 그 때까지 주위에 아무런 변화도 느낄 수 없다면 이것은 나이 먹은 자기 착각으로 돌리고 재빨리 이 집에서 빠져 나가기로 준이 마음 먹었다
.


 
준은 거실로 나와 다시 침실 안을 살폈다
.
비상 계단 쪽으로 조금 전에 열어둔 창문이 보였다
.
침실의 검은 커튼이 창문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또다시 오싹하는 공포감이 준을 엄습했다
.


 
일 이초 쯤이면 방을 가로질러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시간을 계산했다. 그러나 그것은 준이 이루지 못할 하나의 소원이 되었다
.
준이 열린 창문을 향해 뛰기 시작했을 때 쏜살 같은 사람 그림자 하나가 방 문 뒤쪽에서 나타났다
.


 
그림자는 준이 미처 대응할 준비도 하기 전에 명치에다 커다란 주먹을 날려 준을 바닥에 쓰러뜨리고 말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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