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여! 내 조국이여! (제56회)
글/ 김 건
행방불명 된 교민 ①-4
귀에 들리는 것이라고는 그저 자신들의 헉헉거리는 숨소리와 계속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 소리 뿐이었다. 도망칠 수 있는 또 다른 길은 한 층을 더 내려가 주차장에 세워 둔 자신들의 차를 이용해 빠져 나가는 것 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신 없이 뛰어 내려가 자신들의 밴에 올랐으나 두 사람이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밴의 시동키 박스를 망가뜨려 시동을 걸 수 없도록 해 놓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은 벌써 차고 출입구 쪽에서 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김용호가 준에게 급히 말했다. “저쪽으로, 빨리 저쪽으로 갑시다. 저쪽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요.”
김용호가 가르키는 쪽에 자동차 전용 낡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자동차 그늘로 몸을 숨기며 재빨리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다다른 두 사람은 알루미늄 봉으로 만든 문을 열고 올라 탔다. 엘리베이터는 3면 벽을 굵은 철망으로 거칠게 엮어 만든 자동차 전용 비상 엘리베이터였다.
준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1층 버튼을 꾹 눌렀다. 곧 엘리베이터는 ‘덜컹’ 하고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모터의 울림이 요란하게 두 사람의 고막을 때렸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밑바닥이 심하게 흔들거리면서 천천히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괴로운 듯 요동치며 느린 스피드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을 뒤쫓던 사내들이 갑자기 그들 아래 쪽에 모습을 나타냈다.
사내들은 서두르지도 않고 침착하게 엘리베이터 조작장치로 다가서며 무엇인가를 만지작거렸다. 그들 중 한 명이 준을 올려다 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씨익 웃었다.
준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준은 그 때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함정에 걸려 들었다는 것을… 공포에 질린 준이 정신 없이 바로 위층인 지하 2층 버튼을 계속 눌러댔으나 엘리베이터는 무정하게도 그냥 위로만 올라갈 추세였다.
‘저 놈들은 일부러 우리 둘을 엘리베이터 속으로 몰아 넣었구나’ 라고 준이 판단했다. 준은 위험을 직감했다. 짧게는 몇 십초 길어 봐야 1 분여의 시간 밖에 없었다.
준이 소리쳤다. “용호씨, 빨리 나를 따라 오세요.”
그는 손에 잡힐 듯이 낮은 엘리베이터 천정에 설치된 비상구 덮개를 위로 밀어 올리며 엘리베이터 윗쪽으로 올라섰다. 까마득한 저 멀리 옥상에 설치된 도르레로부터 4줄의 강철선이 내려와 요란한 소리를 토해내고 있는 모터의 힘으로 엘리베이터를 천천히 위로 끌어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는 사이 준은 벌써 50초를 허비했다. 재빨리 아래쪽으로 손을 내려 김용호를 당겨 올렸다.
그는 다급히 소리쳤다 . “용호씨, 이 엘리베이터가 곧 추락할 겁니다. 추락하기 전에 무엇이든 잡아야 해요.”
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덜컹하고 엘리베이터가 급격하게 멈췄다. 갑자기 멈춘 충격으로 발판이 심하게 흔들려 하마터면 준은 몸의 균형을 잃을 뻔 했다.
다음 순간 육중한 엘리베이터는 총알처럼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준은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어 층 난간에 설치된 문턱에 겨우 매달렸다.
눈 깜짝할 새도 없이 아래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엘리베이터가 지하 3층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지축을 울렸다.
준은 안간힘을 써 기어 올라 비상 탈출구를 열어 제쳤다. 탈출구 밖은 1층 차고였다. 준은 떨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켜 몸을 피했다.
추락한 김용호는 죽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도 시간은 침통하면서도 격앙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초청해 온 목사를 비롯해 전 교인들이 합심해 엘리베이터 사고로 중상을 입은 김용호의 회복을 위해 통성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성령님이 강림하사…’ 집사들은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들은 이것을 방언기도라 했다.
장로들은 찬송가를 불렀으며 몇몇 여신도들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기도자들의 외치는 소리가 더욱 커지면서 두 팔이 하늘을 향해 간절히 펼쳐 졌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겁에 질린 듯한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목사는 기도의 간구함이 하도 간절해 땀을 비오듯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더운 날씨 탓만은 아니었다.
김용호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자리에서 어느새 기절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초청된 목사는 병을 치료하는 기적을 일으켰던 목사로 수년간 경험을 통해 어느 순간에 신자들이 절정에 이르고 어느 때 흥분이 가라앉는지, 어디 쯤에서 멈춰야 하는지를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