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여! 내 조국이여! (제55회)
글/ 김 건
행방불명 된 교민 ①-3
준과 김용호는 행방불명이된 한국인 교포의 아파트 앞에 차를 세웠다.
그러나 주차할 마땅한 장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때마침 그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통하는 입구에는 리모트 콘트롤 장치로 움직이는 차단기가 위로 올려져 있었다.
김준이 탄 밴이 주차장 입구를 통과했다. 저녁 시간이라 빈 자리를 찾으러 밴은 지하 3층까지 내려왔다.
지하층이 깊이 내려갈 수록 불빛도 어두워 준은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다. 준과 김용호는 차문을 잠그고 희미한 조명 아래 계단을 걸어 오르면서 기분을 북돋우기 위해 휘파람을 불었다.
기름때로 더러워진 시멘트 바닥에 두 사람의 구두발 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멀리 어딘가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계속 준의 귀에 들려왔다.
계단이 끝나면서 그들이 비상구 문을 활짝 열었을 때 두 사람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흐릿한 조명아래 커다란 덩치의 남자들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표정도 없이 꼼짝도 하지 않고 문앞을 가로 막고 서 있었다.
공포가 김준의 몸에 전류처럼 흘렀다.
김용호는 얼른 준의 뒤로 물러나 뒷걸음질 쳤다. 한 남자가 손을 뻗어 닫히려는 철문을 밀었다.
그 서슬에 문이 꽝하고 계단 벽에 부딛혔다가 다시 열렸다.
준은 재빨리 놈의 정강이를 걷어찰 자세를 취했으나 녀석은 성큼 뒤로 물러났다. 때를 이용해 준과 김용호는 몸을 돌려 올라온 계단을 되돌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준이 신고 있는 가죽바닥의 구두가 기름때에 미끄러져 하마터면 곤두박질 칠 뻔했다. 언뜻 뒤를 돌아보니 그들이 뒤따라 오는 기색이 없어 둘은 마음이 놓였다.
두 사람이 가까스로 지하 2층 출입문에 도착해 문을 열려 했으나 손잡이가 없었다. 두려움이
다시 엄습했다. 문이 잠겼기 때문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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