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건 작성일 : 2012-08-23 조회수 : 406
조국이여! 내 조국이여! (제52회)

 


 


 


 


조국이여!  내 조국이여! (52)


 


                                                                                       /  김 건


 


 


재회 1-2


 


준의 품에 안긴 작고 연약한 응웬 뚜이의 몸이 가볍게 떨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응웬
힘들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서워요
…”


그래 미안해."


 


그 테이프는 들어보셨어요?”


들어 보았어. 한국 정보기관에 넘기기 전에 들었어. 그냥 넘기려 생각 했었지만 호기심에 그만 듣고 말았어.”


 


그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로 계획한 비밀 작전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겠네요? 제가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정말 비참한 일이에요. 전쟁이란 것은…”


 


만약 전쟁이 생긴다면 그 때보다 더 비참하겠지. 지금은….”


 


저는 일을 하다 보면 화가 나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요. 그들은 오직 돈 밖에 모르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미사일을 더 많이 팔아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비행기를 더 팔아 볼까, 그저 미국은 자국이 생산한 무기 소비처 찾기에만 급급


해요.”


 


그런데 아버님은? 양아버님이라 했지? 존 맥커니 미육군 예비역 중장이 …”
준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분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에요. 저를 돌보아 주고 키워주셨지만양 아버지는 자상하고 인자한 좋은 분이세요. 그러나 그건 사생활에서이고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공인으로서 그 분 발언을 계속 듣고 있노라면 다른 강경파들과 마찬가지로 냉정하기가 그지 없어요. 저는 그 분을 개인적으로는 매우 존경하지만 공적인 면에서 그 분 생각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어요.”


 


준은 달빛이 고요한 검은 숲속을 눈여겨 보았지만, 주위에 들리는 것은 철썩이는 파도소리뿐이었다.


 


준이 생각했다.
부자나라 거대한 미국의 기업들, 그들은 온갖 배경을 이용해 항상 정도를 넘나드는 일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국 기업이 생산해 낸 각종 신개발 전쟁물자를 미국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 이를 소비할 수 있도록 세계 도처를  들쑤셔 놓곤 했다. 분쟁 지역을 찾아 다니며...,


 
준이 안쓰러운 듯 포옹한 채로 응웬에게 말했다.
당신과 나, 함께 아무도 몰래 스위스 같은 중립국가로 도망쳐 살고 싶어. 마음만 먹으면 가능해. 나는 당신이 정말 너무 안쓰러워…”


 


안돼... 안되요. 당신과 함께라면 저도 그러고 싶지만 불가능해요. 저는 역시 미국이 내 나라에요. 언젠가는 당신도 이런 제 마음을 알 수 있을거에요. 나는 오직 당신의 조국/ 한국이 전쟁의 참화를 면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또 다시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은 채 서로를 바라 보았다.. 이윽고 그녀가 결심한 듯 말했다.
한국 정보기관 사람들은 그 테이프를 보고는 무슨 대비책 이 든지  무얼 강구하겠죠?”


 


아마도 그렇겠지. 그들은.. 한국 국가 정보원에서는 계속해 다음 정보에 대해 내게 묻더군.”


 


그녀는 숄더백으로 고개를 돌리며 끄덕였다.


오늘 가지고 온 것은 백악관 회의 내용과 부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에요.”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런 걸 입수하지?” 준이 놀라면서 물었다.



백악관 회의가 끝나면 테이프의 속기록은 철저한 보안 아래 문서보관소로 옮겨져요. 이송 되기 전에 관계기관 모두에게 회의 내용이 통지되는데 CIA에도 통지가 옵니다. 그래서 저도 알 수 있어요.”



그럼 테이프나 속기록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간 것은 어디에도 그 흔적이 없어?”


우리 CIA들은 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는 셈이지요. 속기록을 복사할 때 한 부 더 복사하고 복사기 장수를 표시하는 숫자를 뒤로 돌려 두면 아무도 몰라요.”


위험 천만한 그녀의 일에 대해 듣고 나니 준은 더욱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번 백악관 회의에는 무슨 얘기가 나왔지?”
준이 그녀의 숄더백을 가리키며 물었다.



북한에서 기근이 시작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한국에서 350만톤의 식량구입 오퍼가 들어와 있는데 이 곡물을 한국에 팔아야 할 것인지? 국가안전보장회의 내 전문 평가단을 구성한다는 내용이에요.”


 
그럼 식량에 대한 전문 평가단의 보고서 내용을 계속해 알아낼 수는 없을까?”



해보겠어요, 계속…. 그렇지만, 장담은 못해요. 갑자기 다른 급한 일에 투입되면 입수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제가 꼭 그 일에만 신경을 쓴다면야...알 수는 있지만, 자칫 다른 사람에게 의심받을 수 있어요…”



그럼 다음 번에는 우리 만나는 장소를 바꾸기로 합시다. 언제나 똑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



준과 응웬은 한 시간이나 걸려 다음 랑데부에 필요한 테크닉을 머리를 맞대고 상의했다.


 
그리고 5분 후 그녀는 백악관 전용 문서용지에 작성된 부시대통령의 회의록 복사본을 백에서 꺼내어 준에게 로 넘겨 준 후 그녀의 폭스바겐 차 속으로 사라졌다.


 
행여라도 안전을 위해서..준은 차 안에서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그녀가 준 문서를 넓은 테이프로 넓적다리 안쪽에다가 고정시켰다. 걸으면 넓적다리가 다소 불편하겠지만 그의 헐렁한 바지는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그 날 밤 준은 밤이 새도록 정적이 싸인 고스포드 집에서 몇 번씩 반복해서 영어로 된 그 회의록을 읽었다.


 
김 준은 그주 목요일 아침 캔버라의 한국대사관에 파견 근무하는 국정원 직원으로 하여금 손목에 사슬로 연결시킨 외교 파우치를 들고 서울로 향하게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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