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여! 내 조국이여! (제51회)
글/ 김 건
재회 1
12월 첫토요일... 한국과는 정 반대의 계절인 여름, 호주 시드니는 무더웠다. 10여년만에 찾아 온 찌는 듯한 무더위로 시드니의 사람들은 헐떡였다.
바다로 가지 못한 시드니 시민들은 시내 각처의 풀장으로 향했다.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을 위해 만든 홈부시 수영장은 마치 사람과 물이 반반일 정도였다.
준은 테리갈 비치로 나갔다. 그는 일반 피서객들처럼 한가로이 홀가분한 기분을 가져보려 했지만 도저히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온통 정신이 손목에 찬 시계에 쏠려 있었다.
어느 덧 해가 수평선 아래로 떨어져 내렸고, 알몸의 인파들이 빠져 나간 백사장 군데군데는 밤샘 놀이 준비에 바쁜 젊은이들만이 서성이고 있었다.
마침내 준은 옷을 챙겨 입었다. 그는 숲 속에 세워둔 자동차로 돌아가 수영복과 타월을 차 속으로 던져 넣었다. 그러는 동안 자신의 행동을 주목하고 있는 눈이 없는지 주위를 부지런히 살핀 다음 차 문을 잠궜다.
주위는 슬렉스 차림의 여자들과 평범한 수영복의 남자들이 간혹 눈에 띨 뿐이었다. 그가 판단
하기엔 자신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해변길을 따라 테리갈 비치 언덕 숲을 행해
서서히 차를 몰아 올랐다.
어둠이 깃든 숲속 언덕 위 그 자리에 폭스바겐 한 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준은 핸들을 돌려 차를 크게 턴하면서 전조등 불빛으로 폭스바겐의 번호판을 재차 확인했다.
응웬 뚜이의 차가 틀림이 없었다.
준은 그 쪽을 향해 전조등을 깜빡였다.
폭스바겐에서 곧 여자가 내렸다. 여자는 멀리서 비취는 해변 카페 전등불을 뒤로 하고 머리칼
을 한손으로 쓸어넘겼다. 응웬이었다.
준은 아랫배가 당길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니 기뻤다. 그렇지만 그녀가
행여 미행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속단할 수 없었다.
만일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은 호주 시민권자로서 호주 내에서 생긴 일에 대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겠지만, 그녀는 그녀의 국가인 미국으로부터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될지 생각만해도
오금이 저려왔다.
미국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미국의 주요 국가기밀을 유출하는
반역행위였다.
준은 차문을 열어 그녀를 재빨리 태웠다. 그리고 응웬을 꼭 껴안으면서 키스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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