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여! 내 조국이여! (제50회)
글/ 김 건
국정원장이 안보담당 수석비서관의 안내를 받아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간 것은 이 길을 통해
서였다. 두 사람은 곧 바로 각료 회의실 앞을 지나 집무실로 안내됐다.
대통령은 이미 북한 평양 국방위원회 회의장에서 발언한 인민무력부장의 발언 내용과 김정일
의 지시사항을 녹음한 테이프, 미국 최신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의 조종사 무선 통신 내용
을 번역한 일련의 보고서를 모두 다 읽고 있었다.
“ 국정원장! 이 문제에 대해 국방장관이 알고 있습니까?”
대통령이 국정원장을 향해 빠르게 질문했다.
“아닙니다. 아직은…” 국정원장이 대답했다.
서울,평양- 워싱턴, 서울 ④-2
“ 테이프의 진위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이 오늘 오전입니다, 각하.” “해당 각료들에게 통보는 국정원장이 하겠소?”
국정원장은 고개를 꺄우뚱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순서입니다.”
“북한에 엄습한 기근이 김정일의 정치적 입지를 매우 어렵게 하고 있소. 그래서 앞으로 저들
이 예측불능의 행동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 남쪽에서 신속히 식량공급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 되고,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대로 무슨 대응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 아니오?”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
국정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제가 지난번 각료회의때 이미 보고 드렸듯이, 북쪽에 대한 식량 공급은 한시가 급합니다.
미국 쪽 동향은 계속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만,미국이 지금 시점에서 북한에 무력행사를
하기에는 국제 정세로나 미국 국내 여론으로나 어느 면으로 봐도 백악관으로선 큰 부담이 아
닐 수 없습니다. 다만 몇몇 강경파들이 문제이긴 합니다만.…”
잠시 정적이 흘렀다.
대통령은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백악관 주변 강경파들의 속셈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이오?”
국정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했다. “우선,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자국에서 생산되는 무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강경파
들이 노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그리고 둘째로 정의와 인권을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일본이나 대만 또는 다른 국가들에게 거액의 전쟁 부담금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세번째로 만약 전쟁이 발발되면, 그 즉시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강력한 장악력을 발효시켜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턱 밑에 전략기지를 만들 수 있으므로 중국과의 군사적 관계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얻게 된다는 것이 백악관 주변 강경파들의 속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쪽 강경파들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관리 체계가 필요치 않나요?”
“그렇습니다. 우리 국정원은 최근 들어 해외첩보 운영 기술상 다소 소홀했던 점도 있었지만,
사실 이번 테이프 사건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저절로 굴러 들어온 자연 발생적인 일 입니다.
그럼으로 이번 테이프를 공급한 호주 쪽 정보원에게 저희 국정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그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미국의 도청방지 시스템에 접근이 가능한 거물 첩자를 운영하는데 있어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국정원장의 말을 재빠르게 알아챘다.
“그를 계속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연구해 봐요. 그리고 나는 내일 중으로 국가위기상황 시스템을 가동할 생각이오. 어떻소 국정원장 생각은?”
“ 내일 아침에 국방장관과 통일부장관을 먼저 불러 의논하신 후에 결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당신도 내일 아침에 일찍 청와대로 들어와요.”
“ 그렇게 하겠습니다.”
국정원장은 대통령에게 호주의 정보 제공자인 김준의 신상에 대해 의도적으로 밝히기를 거부
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직접 묻기 전까지는 김준의 신상을 보고할 생각이 없었다.
미국 측도 언젠가는 김준의 존재를 알게 되겠지만 누가 그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가는 당사
자인 김준이 먼저 입을 열기 전에는 아무리 CIA라 할지라도 알아내지 못 할 것이다. 이는
김준이 호주 시민권자 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장은 행여라도 김준을 소홀히 관리해 시드니에서 김준의 뒤를 악착스럽게 미행하는
세력들이 생겨나지 않토록 당분간 모든것을 비밀에 붙여둘 작정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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