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에 질려 울고 있는 병사
수색중대 바로 앞에 투입되고 있는 제3중대에 배속된 제2중대 1소대 소속 병사들 앞에 적들의 포탄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본 한 병사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었다.
교통호에서 뛰어나가려다가 뒤로 물러서고, 또 앞으로 뛰어나가려고 망설이고 있는 사이 또다시 적들의 포탄이 떨어지면 또다시 뒤로 물러서곤 하였다. 시간이 엄청 많이 지체되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제1대대장은 교통호 입구에서 앞으로 전진 하라고 추상같이 명령을 내렸다.
“빨리 진격하라!”
겁을 잔뜩 먹고 있는 이 병사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도대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화가 잔뜩 난 제1대대장은 권총을 빼어들고 그 병사의 가슴을 겨누면서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같이 고함을 벽력같이 치며 명령을 내려도, 그 병사는 눈물만 줄줄 흘리며 꼼짝도 하지 않고 엉엉 울고만 있었다.
“앞에서 길을 가로막고 징징 울고 있지만 말고, 저기 초소에 들어가 있어!”
대대장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 했는지 냅다 소리 질렀다.
앞길을 가로막고 울고 있던 그 병사는 얼른 초소로 피신하여 숨어버렸다.
“그 다음 나와!”
대대장의 불호령에 바로 그 뒤에 있던 다른 병사가 도살장으로 끌려 나가는 소와도 같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대대장 앞으로 다가가자, 대대장은 그 병사의 가슴에 권총을 한 번 겨누고는 다시 638고지 쪽으로 가리키면서
“빨리 진격하라!”
“전진하라!”
“공격하라!”
계속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르던 대대장도 목이 많이 아픈지, 한참을 지나고부터는 말도 없이 권총만 다가오는 병사의 가슴에 한 번 겨누고, 다시 권총 끝으로 638고지를 가리키며 빨리 나가라는 시늉만 하고 있었다.
그 중에도 용감한 병사들이 있어 먼저 달려 나가는 것을 본 다른 병사들도 그 뒤를 이어 달려 나갔다.
여태껏 길을 막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겁에 질려 울고 있던 그 병사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제3중대의 뒤를 따라 맨 마지막으로 따라 나서고 있었다.
<제 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서 638고지로 나가는 교통호와 외곽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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