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안케 작성일 : 2011-08-17 조회수 : 860
한국군의 쓰레기장을 뒤적이는 미국인



      한국군의 쓰레기장을 뒤적이는 미국인


 



반바지에 반팔차림의 민간복장을 한 서양 젊은이가 쓰레기장에서 무엇라고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꼭, 비 맞은 중처럼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카메라는 어깨에 각개로 메고 쓰레기장을 열심히 뒤적이고 있었다.


당시 우리가 추정했던 대로 그가 가지고 있던 물건은 카메라로 확인되었다.


 



이 젊은 서양인은 19번 도로에서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월맹군들에게 기습공격을 받고 혼비백산이 되어 도망치던 중에 미군 무장헬기 조종사에게 구사일생으로 구출되었던 흰 픽업 바로 그 운전기사였다.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이 운전기사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언론사 직원이라고 했다.


 



그 젊은이는 종군기자였을까?


왜 하필이면 그때 19번 도로 Q-커브를 지나가려 했을까?


무엇 때문에 그 치열하고 처절하게 전투를 하고 있는 그 곳을 흰 픽업 자동차를 몰고 찾아 왔을까?



‘전투상황 취재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월맹군들은 그를 충분히 사살할 수 있는 소총 유효사거리 안에 들어 있었는데도 왜 사살하지 않고 그냥 살려 주었을까?


 


그는 혼비백산이 되었다.


자동차를 그냥 버려 둔 채 도망쳤다.



오던 반대 방향인 제1중대지리산 전술기지 쪽으로 뛰어 내려갔다.


천만다행으로 그는 미군 무장헬기 조종사가 구출해 주었다.


그 미국인을 무장헬기에 태워 여기, 제1중대소도산 전술기지에 랜딩 시켜 주었다.


 


공중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하고 있던 미군 무장헬기 조종사는 자동차에 선명하게 새겨진 xx 통신사라는 로고를 보고, 미국인이라고 즉시 판단하였다. 같은 미국인이라는 것을 판단한 무장헬기 조종사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운전기사를 구출해 주었던 것이다.


 



만일, 이 운전기사가 미국인이 아니었다면 과연 미군 무장헬기 조종사가 처절하고 치열하게 전투를 하고 있는 그 위험한 19번 도로에 착륙하면서까지, 그것도 군인도 아닌 민간인을 구출해 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미군 무장헬기 조종사가 이 미국 민간인을 구출해 주지 않았다면 이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결판이 났을까?


틀림없이 이 민간인은 처절하고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빗발치는 포탄과 총알은 피했다 하더라도,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밀림 속에서 맹수의 밥이 되었거나 굶어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 미국인은 어디에 있다가 나타났는지?”


몰골이 무척 초췌해 보였다.


수염이 얼굴을 완전히 덮은 모양새가 물 구경을 한 번도 못해 세면을 하지 않았는지 하얀 피부색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시커먼 때 자국과 눈물 자국이 번질번질 흐르고 있었다.


 


먹을 것을 찾아 제1중대 소도산 책임 전술기지에 있는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뒤적이면서


“베트남 넘버 텐!”


“베트남 넘버 텐!”을 연발하고 있었다.


얼마나 굶주렸는지 울먹이면서 열심히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권 준 병장이 이렇게 말했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일등시민도 배고프니까 체면이고 뭐고, 자존심도 없구먼!”


6.25전쟁 때 미군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뒤적이던 한국 사람들에게 멸시를 하며 세계에서 일등시민이라고 으쓱대던 그들의 모습이 무척 얄미웠다는 6.25참전 선배님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고 했다.


 



조금 전 헬기에서 떨어뜨려 놓은 여기저기에 아무렇게 나가 뒹굴고 있는 전투식량과 물, 캔 콜라를 영어를 잘 몰라 손짓발짓으로 주워 먹으라고 해도 그것은 주워 먹지는 않고, 계속 쓰레기만 뒤적이면서 구시렁구시렁 울먹이고 있었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찾아 한국군의 쓰레기장을 뒤적이면서 구시렁거리는 그 젊은이의 초라한 모습이 불쌍하고 애처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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