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노무자야 뭐야
어느덧 해는 플레이쿠 쪽 서산마루에 걸쳐있었다.
수색중대원들은 허기와 갈증에 시달리다가 헬기에서 떨어뜨려 놓은 물과 전투식량을 실컷 주워 먹고 배를 채웠다.
권 병장은 638고지에서 날아오는 적들의 포탄을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캔 콜라와 최고의 인기 식품이었던 캔 맥주도 주워 먹었다.
초등학교 동창, 제1소대 향도인 서영학 하사를 따라 핵폭탄이 터져도 끄떡없다는 지원중대에서 파견 나와 있는 106mm 무반동총 탄약고로 갔다.
서영학 하사와 부 사관학교 동기생인 106mm 무반동총 포반장 박 하사가 권하는 맥주를 또다시 연거푸 두 깡을 더 마셔버렸다.
금방 알딸딸해졌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술이 취하자,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하늘이 돈짝만 하게 보였다.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도 사라졌다.
계속 떨어지고 있던 적들의 포탄도 재고가 바닥이 났는지?
시끄럽게 귓전을 울리던 포탄 터지는 소리도 잠잠해졌다.
전투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638고지와 무명고지에서 쏘아대는 적들의 포탄 때문에 중단되었던 탄약운반사역을 다시 재개하라는 수색 중대장의 명령이 하달되었다.
중대원들은 위험하고 궂은일은 수색중대에게만 다 시킨다고 투덜투덜 불평불만을 터뜨렸다.
“씨 팔!” 우리가 노무자야 뭐야!”
매일같이 포탄운반 사역만 시키나?
“이 포탄은 너무 무거워 들리지도 않고, 아직도 몸이 회복이 되지 않아 포탄운반은 더 이상 못하겠어.”
106mm 무반동총 포탄을 들다말고 권 준 병장은 불평불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김 영진 병장도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아 포탄운반은 못하겠다고 가세하였다.
“그럼, 너희 둘은 어제 물을 찾아다니느라 과로가 겹쳐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모양이니 포탄 운반하는 사역은 열외 시켜줄 테니까 벙커(내무반)에 들어가 있지 말고 외곽초소에 가 있어라”
벙커(내무반)에 들어가 있으면 새로 부임해 온 신임 중대장에게 지적 당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고 했다.
분대장 김 종일 하사가 크게 선심을 쓰는 것처럼 말했다.
권 준 병장은 김 영진 병장과 같이 고향 친구이자, 입대동기생고 월남더블백 동기인, 제1중대소속 안 승열 병장이 주간보초 근무를 하고 있는 초소로 올라갔다.
언제 또다시 적들의 포탄이 머리 위에 떨어질지 몰라 638고지와 소도산 전술기지 상공을 두리번거리며 후문 쪽 쓰레기장 근처까지 갔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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