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안케 작성일 : 2011-07-24 조회수 : 901
죽고사는 것은 하늘에 맡기자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맡기자


 



신 상병은 놈들에게 발각되면 AK-소총으로 무자비하게 사살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곧 바로 인정사정없이 무자비하게 확인사살을 당할 것을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졌다.


무서운 공포가 엄습해 왔다.


온 몸에 식은땀이 범벅이 되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순간을 어떻게 모면해야할지?


신 상병은 극도로 심한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었다.


어떤 방법이든 살아남기 위해 별 생각을 다 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저 놈들에게 발각되어 무자비하게 확인사살당하기전에 얼른 손을 들고 나가서 목숨이라도 살려달라고 항복하면 살려줄까?󰡑


‘아니야! 지금 항복을 하게 되면 포로 신세가 되어 온갖 고초와 수모를 겪으며 북한으로 끌려갈지도 몰라!󰡑


북한으로 끌려가게 되면 나는 말 할 것도 없고, 우리 가족들까지도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수모를 당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차라리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맡기기로 결심했다!’



이대로 버틸 때까지 버티어 보자고 다짐했다.


온 몸이 물걸레처럼 흠뻑 젖은 채 불안과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고 있었다.



이때, 19번 도로 쪽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놈은 시시덕거리며 총구에 끼워 신나게 빨아대던 담배를 얼른 꺼내 땅에다 비벼 껐다.


담배를 끼워 피우기 위해 뽑아 놓았던 탄창을 다시 끼웠다.


AK-소총 노리쇠를 후퇴 전진시키며 총알을 장전하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숲 속을 향해 “따 콩!” 따 콩!~” 총을 쏘아대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지금까지 마음 조리며 하얗게 질려 공포에 떨고 있던 신 상병은 이 기회가 하늘이 내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되었다.


신 상병은 전사한 전우의 영현 밑에서 재빠르게 기어 나왔다.


물소리가 나는 개울가로 기며, 뒹굴며 내려갔다.


개울가 바위틈 숲 속에 몸을 숨기고 날이 밝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고요한 정막을 깨뜨리며 가끔씩 들려오던 적들의 AK-총소리도 멈추었다.


어둠이 짙게 내려깔린 앙케 협곡에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신 상병은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렸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어느덧 4월 13일 새벽 먼동이 트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난 신 상병은 그때서야 그 자리에 총을 두고 그냥 내려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 상병은 총을 찾으러 전사한 전우들의 영현이 널브러져 있는 공터로 살금살금 기어 올라갔다.


어제 밤에 확인사살을 하던 붉은 베레모를 쓴 적들이 아직도 있는지 살펴보았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는지?


주변은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대지도 않고 교교히 흐르는 달빛만 청승스레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신 상병은 조심스럽게 자신이 두고 온 배낭과 M-16소총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자신의 배낭과 총 뿐만 아니라 전사한 전우들의 배낭과 소총도 한 자루도 발견할 수 없었다.


간밤에 적들이 확인사살을 하면서 전사한 아군들의 배낭과 M-16소총을 상부에 전과보고를 하기 위해서 노획물로 수거하여 갔거나, 시장에 내다 팔기위해서 수거하여 갔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현지 시장에서는 M-16소총 한 자루의 가격이 미화 약 50-70달러 정도로 거래되고 있었다.


총기를 밀거래하기위해 전사한 아군의 소총을 다 수거해 가지고 간 것 같았다.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신 상병은 괜한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에 얼른 개울가 은신처로 되돌아 왔다. 다시 개울가 은신처로 내려온 신 상병은 날이 밝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면 틀림없이 자신을 구하러 전우들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자신을 구하러 오는 전우들은 없었다.


주변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 거리지 않았다.


공중에서는 헬기 한대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 먼지바람을 일으키면서 착륙했다가 이륙하여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헬기가 이륙해서 돌아간 후, 앙케 고개 위쪽 산 600고지에서는 “과~광!~” “꽝! 꽝!~”포탄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포탄이 계속 쏟아지는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상공에서는 헬기 한 대가 계속 선회 비행을 하며 착륙을 시도하다가 포기한 듯 맹호 사령부가 있는 퀴논쪽으로 돌아가 버렸다.


한참 후, 방칸 상공으로부터 치누크 대형헬기 두 대가 굉음도 요란하게 앙케 고개 개활지에 착륙했다가 돌아갔다.



잠시 후, 방칸 상공으로 사라졌던 치누크 대형헬기 두 대가 또다시 앙케 패스 상공에 나타나더니 앙케 고개 19번 도로 옆 개활지에 착륙했다가 되돌아가고 나서도 한참 지났을까,



이번에는 작은 헬기 한 대와 적십자마크가 선명히 표시되어 있는 병원헬기가 공중에서 선회비행을 하는가 싶더니 앙케 고개 19번 도로 옆 개활지에서 연막탄이 피어오르는 지점을 향해 갑자기 급강하하여 내려앉곤 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곧바로 상승하여 이륙한 병원헬기는 106후송병원 쪽으로 직행하고, 작은 헬기 한 대는 앙케 패스 상공을 몇 바퀴 선회비행을 하다가 빈케 쪽으로 사라져갔다.


하루 종일 헬기들만 공중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왔다 갔다 했지만, 지상에 신 상병이 은신해 있는 깊숙한 앙케 패스 개울가에는 아무도 얼씬도 하지 않아 밀려오는 적막감과 불안에 이제 살아 돌아간다는 것은 아예 엄두도 못 낼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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