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안케 작성일 : 2011-07-20 조회수 : 1227
연대장이 졸나게 깨졌어

 



연대장이 졸나게 깨졌어


 



사단장의 심한 질책과 문책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기갑연대장 김창열 대령은 멀어져가는 사단장 전용헬기를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A급 태풍이 휘몰아치고 난 후에 태풍의 후폭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김창열 대령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연대 군수과장인 이강근 보급관을 급히 호출했다.


화를 참지 못해 몸을 부들부들 떨던 연대장은, 아무 영문도 모르고 헐레벌떡 달려온 이강근 보급관에게 화풀이를 하듯 호통을 쳤다.


“도대체 보급관은 보급품관리를 어떻게 하였기에 전투시작 3일도 되지 않아 식량이 떨어졌단 말인가?”


“하물며, 본 지휘관도 모르는 사실을 어떻게 해서 사단장님이 먼저 알고 있단 말인가?”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누가 사단장님께 직접 보고를 했단 말이야”


미처 대답을 할 겨를도 없이 속사포처럼 역정을 쏟아냈다.


정말로 제1중대전술기지에 물과 전투식량인 C-레이션과 비전투식량인 A-레이션과 K-레이션이 바닥이 나서 모든 장병들이 다 굶고 있는지?


아니면! 일부 장병들이 굶으면서 전투를 하고 있는지?


보급관은 당장, 확실히 알아서 보고하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연대장 김창열 대령으로부터 혼쭐이 난 연대보급관 이강근 소령은 벌써 식량이 떨어졌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이 개새끼들 마빡(부정)친 거 아니야!”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곧장 주월 한국군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 중에서 최전방인 앙케 패스 600고지에 위치해 있는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 상황실 제1중대장 김종식 대위에게 무전을 때렸다.



“식량이 떨어져서 굶어가면서 전투를 하고 있다는 말이 무슨 말이야?”


조금 전, 사단장 전용헬기가 연대 연병장에 비상 착륙하여 앙케 패스 전선에서 물과 식량이 떨어져서 장병들이 굶어가면서 전투를 하고 있더라고 하면서 다짜고짜로 연대장에게 아주 심하게 질책과 문책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제1중대장 김종식 대위는 깜짝 놀라면서 그런 보고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였다. 지금까지는 중대전술기지에 비축된 식량으로 전투수행에 별 문제가 없었다고 하고는 “앞으로가 문제”라고 했다.


‘그럼! 어느 중대가 굶어가면서 전투를 하고 있다고 사단장에게 보고를 했단 말인가?󰡑



연대장이 사단장에게 형편없이 깨지는 바람에 연대가 발칵 뒤집혀졌다는 연대보급관 이강근 소령으로부터 무전기를 통해 전해 듣고, 제1중대장 김종식 대위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질려서 중대보급계 이송우 병장을 급히 호출했다.


이송우 병장!”


“식량이 떨어져서 식사를 못하고 굶고 있다는 사실을 사단장이 아시고 연대장이 혼쭐이 빠지도록 깨져 연대가 발칵 뒤집어졌다고 하는데 어디 집히는데 없어?”


하얗게 질린 얼굴에 경련까지 일으키며 다그치듯 따져드니,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 이송우 병장은 갑자기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오늘 정오쯤 각박한 상황에 처하였던 사실을 미주알고주알 보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대 수색중대 선임하사가 병사 몇 명을 인솔하여 찾아와서 중대원들이 식량이 떨어져서 식사를 못하고 굶고 있다고 하면서 전투식량을 차용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중대장님도 옆에 안 계시고 마침 사단장님과 주월 부사령관님 일행의 사단사령부로의 귀대 조치와 중상을 입은 사단작전참모장을 106후송병원으로 후송하는 임무 때문에 동분서주하고 있으니까.


중대장님께 보고할 겨를조차 없어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고 지초지종을 보고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막 중대장님께 보고를 할 참이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모든 정황을 미루어 보아 수색중대에서 사단장님께 직접보고를 한 것 같습니다”


제1중대장의 보고에, 연대보급관 이강근 소령은 수색중대 임시 중대장을 수행하고 있는 정종태 중위에게 식량이 떨어져서 굶어가면서 전투를 하고 있다고 사단장님에게 보고를 올린 사실이 있느냐고 무전으로 타전하여 힐책하였다.


수색중대 정종태 중위는 태연하게 식량이 떨어져서 아침과 점심을 굶고 사단장님과 주월 부사령관님 일행의 경계와 경호작전을 수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떻게 감히 사단장님께 직접 보고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오히려 억울하다는 듯 항의조로 반문했다.


정 중위의 말을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식량이 떨어져서 점심을 먹지 못했다고 정식보고가 아닌 사단장님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권 준 병장 혼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옆에 있었던 사단장일행과 몇 몇 분 대원들만이 사단장과 권 준 병장이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헬기 굉음 때문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 대화 내용은 알아듣지도 못했을 게 틀림없었다.


이 같은 사실은 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하여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시중대장을 대행하고 있는 정종태 중위 그로서는 전혀 알 수도 없는 사항이었다.


하루 분 식량만 지급받아 작전에 출동한 연대 수색중대만 전투식량이 떨어져서 제1중대 보급계 식량 담당자에게 차용해 달라고 부탁 했던 것이다.


그런데,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굶은 채 사단장님과 주월 부사령관님 일행을 경계와 경호작전 임무를 수행했다는 사실을 연대보급관 이강근 소령이 연대장 김창열 대령에게 보고했다.



“머저리 같은 자식들! 같이 전투를 하는 마당에 아군끼리 소속 따질 때야?”


“아니! 평시인지, 전시인지 구별도 못하는 머저리 같은 자식들!”


연대장 김창열 대령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노발대발 했다.


소속 따지지 말고 당장 굶주리고 있는 수색중대 장병들에게 물과 식량을 제공해 주라고 명령했다.


이 같은 사실도 모른 채, 임시소대장 정규삼 중사는 제3분대장 김종일 하사에게 철수하라는 명령을 하달하고, 산 아래서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까지 경계를 했던 수색중대원들은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로 이미 다 올라가고 없었다.


맨 밑에 19번 도로 주변에 남아있던 제3분대원들은 목과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갈증 때문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에 올라가 봤자,


“소속이 다르다고 먹을 물과 전투식량도 제공해 주지 않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차라리 여기서 나무열매나 따서 허기를 채우고, 개구리나 뱀이라도 잡아먹자!”


“그것도 안 되면 물이라도 찾아 배를 채워보자”


제3분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분대장 김종일 하사를 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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