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차경선 작성일 : 2011-03-10 조회수 : 970
호네오산 매복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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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네호산 장기매복작전


 


1971. 1. 28


5박6일 예정으로 4개팀 40여명은 꼭 한달 만에 같은 장소, 호네호산으로 초저녁부터 기어들었다. 매복하고


 


있던 새벽녘에 갑자기 꽝! 하는 폭음이 우리를 간떨어지게 한다. 잠자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뜨인게


 


아니라 눈이 불쑥 튀어나왔다. 캄캄한 밤이라 움직일 수도 없다. 그냥 긴장하고 총만 움켜쥐고 보이지도 않


 


는 앞만 주시하고 있을 뿐,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적들이 냄새맡고 포를 쐈단 말인가? 폭발 지점이


 


감으로 봐선 겨우 10여m 밖엔 안돼 보이는데,”  몸이 마구마구 떨린다. 아니, 내 생전에 이렇게 몸이 흔들려


 


보기는 처음이겠다. 화약 내음과 함께 포진이 얼굴과 몸을 덮어온다.  “도대체 뭐란 말인가? 또 떨어지지는


 


않을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갖은 애를 쓰다 다시 잠이 들었다.


 


 


1971. 1. 29


채 밝기도전에 눈이 떠지고 주섬주섬 군장을 챙긴다. 간밤의 포격으로 우리의 위치가 탄로난이상 이곳은 이


 


젠 우리가 버려야 할 매복지인 것이다. 빨리 이동해야 한다. 눈이 떠지면서 흩어졌던 팀원들이 모이고, 모여


 


지니깐 간밤의 폭음의 정체가 밝혀졌다. 안전핀을 뽑아놓은 격발기에 총을 넘어뜨려 아군 크레모아가 폭발


 


했단다.


 


“야! 이 병신들아!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는지 아냐? X쌔끼들!”  어처구니가 없다. 고놈 때문에 짐싸들고 이


 


동을 해야 하구, 매복지를 찾아  다시 호를 파야하는 엄청난 곤욕을 치러야만 하다니......


 


경계호를 파고,  부비츄랩을 설치하랴, 크레모아를 설치하랴, 식사를 한다, 커피를 끓인다, 땀을 뻘뻘 흘리


 


는데,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온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더니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다. 얼마


 


나 반가운고, 이 노랫소리가, 그것도 전쟁터 쟝글속에서 듣는 노랫가락이 아니냐. 본부에서 수고한다고, 무


 


전기로 라디오를 중계하고 있는 것이다.  “헤이!, OP! 고맙수다.”


 


 


1971. 1. 30


무사히 밤을 지내고 그대로 매복.


 


 


1971. 1. 31


눈이 뜨이자 마자 또 이동이란다. 급하게 군장을 꾸려 떠나려 하니 이틀이나 있었다고, 떠나기가 아쉽다. 완


 


전한 호를 구축하고 안심되는 곳이었는데, 이대로 두고가면 또,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이 우리를 기다릴꼬?.


 


해안으로 좀더 바짝 붙어 개활지를 보고 자리를 잡고, 개인 호를 팠다. 목동들이 왔다갔다하고 이름도 모를


 


새들은 유난히도 울어댄다.  비둘기 같은 놈도 있고, 때까치 같이 울어대는 놈도 있다. 개활지를 보고 경계


 


를 서고 있다. 마치 토끼사냥이라도 하는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매복이라는 게 그런 것 아닌가. 사


 


람 사냥을 위해 사람이 잘 다닐만한 곳에 땅굴을 파고 숨어서 모르고 지나는 놈 있으면 때려잡을 요량으로


 


무작정 기다리는 모습이 거미가 거미줄처놓고 처마밑에 숨어서 날파리가 실수로 걸려들기만 기다리는.... ,


 


사람이 목표면 전쟁터요, 토끼가 목표면 그냥 토끼사냥이 아닌가?    푸드득! 소리에 놀라 보니, 빨간 새 한


 


마리가 바로 앞에 날아와 앉는다. 얼마나 예쁘던지 오랫동안 내 앞에 있어주길 원해서, 나를 알아보지 못하


 


게 숨죽이고 웅크리고 있었더니, 어느새 낌새를 알아채고 놀라 날아가며 하는 말(?)  “꼬꼬댁! 꼬꼬


 


꼭!.......”   아하! 저놈이 산닭이로구나.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보긴 처음이로구나.  예서 제서 산닭


 


우는소리가 들린다.


 


 


낮잠이 스르르 들려고 하는데 누군가 아파하며 신음하는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임병장이


 


다. 갑자기 두통이 심해 견딜 수 없단다. 한동안 무전기가 시끄럽더니 헬기대신 1호차를 보낸단다. 또다시


 


위치가 노출되어 힘부치게 파놓은 개인호두 메워야하고, 흔적을 없애고 철수하느라 또 한바탕 땀을 쏟았다.


 


짐을 꾸려 마을로 나오니, 찦차가 대기하고 있다. 환자를 인계하고 다시 쟝글로 들어가려니 이미 해도


 


기울고 깊이 들어가기엔 무리라서 할 수 없이 다다른곳은 바로 한달 전, 아니 정확히 36일전에 놈들한테 당


 


할 뻔했든 바로 그 해변이다. 역시 바다는 시원하고 넓고 훤한 게 좋기만 하다.  또, 어린애처럼 좋아 날뛴


 


다. 불과 한달 여전에 베트콩의 습격을 받아 큰일치를 뻔했던걸 잊어버리고 전쟁터가 아닌 놀러온 기분을


 


어찌할꼬.


 


바로 바닷물에서 5m 정도 나지막한 소쟝글 속에 숨어들어 매복장비 설치를 하고 경계를 서다 잠을 청한다.


 


파도소리, 바람소리에 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눈을 부쳤다.


 


 


1971. 2. 1


눈을 뜨자마자 바다를 보니 보-트 몇 대가 접근해있다.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어떤 사람에게도 노출되어선


 


안 된다. 아직은 컴컴했지만 급히 서둘러 더 깊은 쟝글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곤 또 잠이다. 해가 뜨니 더


 


웁고 목이 마르다. 건기라서 비도 없고 물도 떨어졌다. 고참병사들한테 들으니 “건기에 물 떨어지면 별수 있


 


냐? 오줌 받아 커피 끓여 목축이는수밖에” 란다. 제발 그런 상황까진 가지 말아야 할텐데.....


 


 


1971. 2. 2


아침인가 싶더니 짐꾸리고 귀영한단다. 얼마나 고대하던 일이련 가 싶다.


 


휴양소 있는 마을을 통과하면서부터 귀대하는 기쁨에 휴대했던 조명탄, 연막탄 마구마구 까 대고 있다. 전


 


과도 없으면서 웬놈의 자축 포는 그렇게도 요란한가 싶지만 살아서 돌아가는 기쁨, 이보다 더한 기쁨이 세


 


상에 또 있더란 말인가? 싶다.


 


 


“ 편지, 편지, 고향소식, 고국소식, 부모형제 기쁜 소식.... 오늘은 몇 통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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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리(맹호기갑)  2011/07/06 21:17:18 [답글] 수정 삭제
작전상황...그리고 귀대.. 실감이 납니다. 잘 보고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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