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차경선 | 작성일 : 2011-03-10 | 조회수 : 737 | |||||||||
섣달그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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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1971년 음력설날전야) 왠지 포성이 없는 밤이라 했더니 오늘이 바로 구정 전야, 그러니까 전쟁도 잠시 쉬어 가는 구정 휴전이란
다. 그러고 보니 다른 날과 뭔가 좀 다르긴 다른 날인가 보다.
포성이 전혀 없이 조용한 밤이기도 하고, 이곳 저곳에 평소보다 더 많은 조명이 뜨고 월남인 마을에는 축제
라도 벌리는지 멀리서도 야자나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밤을 훤하게 밝혀놓구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이는걸 보면 말이다.
내무반 한쪽 구석에선 병사들이 한참 입씨름이 벌어졌다. 구정 휴전기간이 하루라커니, 사흘이 라커니, 심
지어는 일주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전쟁에 임하고있는 당사자인 우리들이 휴전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조차 정확히 알지못하고 입씨름이다. 왜 아니랴. 말단 병사들로서야 그깟 휴전기간이
얼만들 무엇하랴. 총들고 나가라면 지금이라도 나가 싸워야 하는 게 우리 병사들 아니랴. 명령에 살고 명령
에 죽어야 하는 군인신분이 아니란 말이냐. 그런 건 높은 사람들 아니 높아도 한참 높은 최고 통치자, 아니
그것도 아니고 미국 사람들의 뜻이 아니었더냐.
민간인 신분이라면 뉴스로 알았을 상식인걸 전쟁 소모품 신분인 졸병들의 입씨름이 우습구나.
정월 초하루(*1971년 음력 설날) **1**
“어쭈! 아오자이에 파라솔까지 펴들고 제법 멋을낼려고 노력 많이 했구나 제까짖게” 禁女의 울타리 안이라
볼품없는 월남 꽁까이(처녀)지만 멀리서 보니 제법 그럴싸하다. 부대 내외로 전에 없이 통행자가 많아지고
평소보다 훨씬 생기가 넘치는 듯 보인다. 총포성도 멎은 지 벌써 수시 간이나 지나고 있으니 제법 평화롭게
도 보인다. “어랍쑈, 날보고 뭐라고 말을 거네, 무슨 말인지 알수가있나?” 억양이 꼭 욕하는 것만 같다.
“야! 임마야! 뭐라고? 어허 나 참!” “몰라 난 못 알아들어!” 한참을 손짓 발짓 의사소통을 해보려 했지만 허
사였다. 그 여자도 답답했는지 포기하구 되돌아선다. “그래 그래, 잘 가자, 응!” “자알이써!” “뭐! 잘 있어?
어랍쑈! 그럼 내가 방금 전에 욕한 것도 알아들었단 말야?” 조금 미안해졌다. 부대 인근에 살려면 한국말 조
금씩은 할줄안다는걸 잠시잠깐 잊고 쓸데없이 욕을 했나보다. 알아듣지 못했으면 좋으련만.........
**2**
부대 내에 있는 공동묘지앞에 깨끗이 차려입은 월남인들이 여러명 모여있다. 뭘하나 했더니 조상 앞에 머리
를 조아리고 있다. 노인 부부는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왜아니랴, 전쟁으로 조상 섬기는
일도 맘대로 못할뿐아니라, 더욱이 조상의 묘소가 부대 안에 있어서 출입하고 싶어도 못하다가, 모처럼 설
을 맞아 그것도 오늘같이 구정휴전 덕분에 잠시잠깐 조상을 참배할 수밖에 없으니, 오늘 하루만이래두 전쟁
을 잊어보잔 말 아니겠나? 이 땅에 오늘만이 아니고 영원히 포성이 그칠 날은 진정 요원하단 말인가? 베트
콩들도 정월 초하룻날은 은신지에서 하산하여 가족과 함께 조상을 찾는다던데, 혹시 저들 중에도 그런 놈들
이 있을 듯 싶다.
저들에게 24시간의 휴전은 너무도 짧고 아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원한 휴전, 아니 영원한 평화가 이
땅위에 펼처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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