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차경선 작성일 : 2011-03-08 조회수 : 929
취침 오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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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 침 오 분 전




“취침 5분전!” 이란 전달이 왔다.  모두들 침대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평소 장난 끼가 있는 주번하사가 편지 뭉치를 한 묶음 가지고 들어와 잠을 청하다말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있는 병사들 앞에서 편지를


 


배달(?)하고 있다. “이애란! 이애란 없어? 없으면 내가 뜯어보고, 다음은 최영희! 최영희 아는사람없나?” 그때서야 한 병사 의아한


 


듯 부스스 일어나 “최영희는 제 누님이름인데요?.”라고 하자, 그래, 최 병장 이름이 맞다. 다음은 “김명자! 김명자씨 없나?” 한참


 


을 뜸 들이고나 서야 또 다른 병사가 “그건 제 애인이름입니다!” 그제야 우리는 사태를 짐작하구 있었다.  이 장난끼있는 주번하사는


 


수취인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고 발송인 이름을 불러 수취인을 찾아주는 것이었다. 몇 십 명은 지나간 것 같은데 내가 알만한 이름은


 


나오질 않는다. “오늘은 텄는데, 에잇! 잠이나 자자.”  모포를 머리 위까지 뒤집어썼다.  그때서야 동생이름과 친구들 이름이 불리워


 


지드니 드디어 조금은 귀에 익숙한 이름, 백명자! 백명자!  잠깐 착각같이 느끼는 순간 모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 “와! 왔구나! 왔


 


어!” 침대 위를 훌쩍 훌쩍 뛰어넘어 춤을 추듯 다가가 빼앗듯 낚아 쥐고는 수취인을 확인해보니, 틀림없는 내 편지였다. 가슴이 뛰고


 


있고 뭐라고 쓰였는지 궁금도 하구, 표현할 수 없는 기쁨같은게 느껴진다. 덕분에 막 잠이 들려는 고참병사 야전침대를 건드려 잠을 쫓


 


은 죄에다 편지한통 못 받아 화나있는 분풀이까지 당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기분은 하늘을 날듯하다.


 


                                           1970.         11.       15.


             


                     




Vietnam Sick (월남병), 초저녁엔 잠 못 이루고, 새벽녘엔 졸려 미치겠고…….  밤 열두 시가 가까워오는데 눈은 말동말동, 마음은 고향


 


산천을 헤매고 있다. 이 궁리 저 생각 공상 속에 헤매고 있는데 갑자기 막사 밖에서 번쩍 하는 섬광이 보이더니 세상이 깨지는 우렛소


 


리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매일같이 밤새도록 쏘아대는 우리 아군 포려니 생각하고 돌아누우려는데 계속 두세 발이 또 울린다.  코를


 


골든 어느 고참병사가 벌떡 일어나며 “포 떨어졌다 !”  반사적으로 일어나 총을 움켜쥐고 밖으로 뛰었다. 잠시 잠잠하더니 금세 사이


 


렌소리, 헬기 시동소리,  아군 포쏘는 소리, 그리고 호루라기소리 들로 천지가 뒤집히는 것 같다.  어느새 전방 호네호 산 쪽은 아군의


 


조명탄으로 대낮같이 밝아졌고, Gunship (무장헬기)이 날아들어 수도 없이 불을 뿜어대고 있다.


 


 


백마사단 후미에 우리 백마공수특전단 이 위치하고 있고, 연병장 앞엔 활주로가, 그 앞엔 철조망과 지뢰밭이고, 그 앞이 사이공에서 하


 


노이에 이르는 1번 도로가 있다. 그리고 그도로옆을 따라 닌호아 시가 위치해있는 것이다.  우리부대 옆쪽으로 약4Km 떨어져서“호네


 


호” 라는 북한산정도의 산이 있고 그 뒤엔 월남의 동해안이 위치해있다. 오늘밤 포격은 바로 이 산 밑에 출몰한 VC 들의 짓이다. 오늘


 


뿐이 아니고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꼭 잊지 않고 이런 장난을 걸어온다고 선배 병사들이 일러준다. 그들은 무기가 불충분하여 4Km 나떨


 


어진 아군 백마사령부까진 사거리가 미치지못하고 겨우 우리부대 울타리 부근에 떨어지기 일쑤란다. 따라서 대개는 아군에게 별다른 피


 


해를 입히진 못하지만 심리전 전술에 따라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두 번 그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과시하기 위해서 공격을 한단다. 


 


막사 안에서의 생활이 지루할 땐 전투에라도 나갔으면 했는데 포탄 터지고 헬리콥터 공격소리와 155미리 포탄 쏴대는 소리에 찔끔해서


 


작전투입이 걱정이 된다.


 


 


                                       1970.         11.


 


  **베트남 전쟁터에 와서 아직 초년병일 때, 첫 전투 경험도 없이 이런저런 공상과 걱정이 많은 때였으리라** 


 


마틴리(맹호기갑)  2011/07/04 14:53:20 [답글] 수정 삭제
전쟁의 상처는 몸의 상처도 있지만, 마음도 크게 상처를 입게되는데....
전쟁의 평온과 아스라한 시간들 그리고 상황... 실감이 납니다. 잘 읽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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