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를 캡틴 (captain) 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를 oh my captain 이라고 불렀습니다. 강한 카리스마로 군림하는 그런 캡틴이 아닌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늘 자애로운 형님 같은 그런 캡틴이었습니다. 그 분은 영웅이었습니다. 저 이국땅 짜빈동의 신화를 창조한 큰 영웅이었습니다. 어깨에 힘을 주고 스스로 영웅이라고 내세우는 어줍잖은 영웅이기를 거부하고 늘 자신을 낮춰 작은 영웅으로 남기를 소망했습니다. 큰 공은 자신과 고락을 함께한 전우들에게 돌리고 언제나 허허로운 소박한 웃음으로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던 우리들의 영웅입니다.
몇 해 전 작고하신 오 윤진 장군께서 이제 청룡부대 지휘부는 자신만 남았다고 회한을 하시던 일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오늘 또 다시 청룡의 전설을 보내드려야 합니다. 살을 베일 듯 칼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매서운 동장군도 우리들의 영웅가시는 길에 무장해제하고 스스로 녹아내려 우리들의 영웅을 배웅하는 사람들에게 미소 같은 따스함을 남기고 그렇게 그분은 하늘 길을 유람하듯 떠나가셨습니다. 늘 아프게 생각하던 그 때 그 전우들이 기다리고 있을 그 곳을 찾아 가셨습니다. 아직은 살아있는 전우들을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미국 전우들을 남겨둔 채 천상에서의 재회를 약속하고 그렇게 가셨습니다.
한 해 두해 세월이 가는 동안 먼 길을 떠나가는 전우들이 하나 둘 늘어 인생의 덧없음을 실감케 하는데, 늘 옆에 있을 것 만 같았던 캡틴을 보내야 하는 이 허허로움을 어찌 달랠 수 있겠습니까? 다만 머지않은 날에 우리 모두가 천상의 천군(天軍)이 되어 우렁찬 진군의 북소리를 울릴 수 있으리라는 불멸의 믿음으로 캡틴을 보내 드리렵니다.
캡틴, 우리는 당신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짜빈동의 영웅이라고 하면 그 날 불꽃같이 산화한 옛 전우들에게 그 공(功)을 돌리곤 하시던 캡틴의 겸양을 이제는 볼 수 없겠지요.
captain, oh my captain 이제 안녕히 가십시오. 이승에서 보내는 우리 전우들의 최후의 거수경례로 캡틴 선배님을 배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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