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晩書 홍윤기 작성일 : 2017-12-27 조회수 : 231
침묵하며 살았노라

유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 명멸(明滅)해 간 충신, 열사가 그 얼마였던가? 금수강산 곳곳 골짜기 마다 이름 없는 민초로부터 병사에 이르기 까지, 그들이 뿌린 숭고한 붉은 피가 내(川)를 이루니 산천이 울고 초목도 통곡 하였어라. 그 피로 얼룩진 강산위에 세워진 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 때, 오만한 객기로 스스로 애국자연 했던 젊은 날이 있었다. 자칭 세계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의의 십자군’을 자처 하며 전장을 선도하던 젊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 돌아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젊은 시절의 객기(客氣)며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라의 운명이 바람 앞에 등불처럼, 알게 또는 모르게 흔들려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뒷방 늙은이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스스로를 질책할 뿐,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슬픈 피에로의 자화상을 본다.
모두들 스스로 애국자임을 자처 하는데 나는 다만 열정이 넘치던 그 때의 나라사랑의 마음이 퇴색 되고 변질되어 감을 안타까워하는 것이 고작이니 누가 있어 애국자를 자처 하는가?

무력감과 함께 상실감으로 은둔 아닌 은둔으로, 칩거 아닌 칩거로 수많은 낯과 밤을 보냈던 2017년 하반기였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육신과 정신이 황폐해 갈 수도 있다는, 그래서 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전율했다.

역사의 물줄기를 크게 돌아 흐르게 했던 2017년이 저물어 간다. 가는 해를 아쉬워 하며, 그 젊은 날의 옛 전우들이 자리를 함께하고 소주잔을 나누며 ‘작은 송년회’ 모임을 갖자는 J 전우의 제안은 지금의 무기력함이 너무 길어지면, 어쩌나 하는 절박감에 전전긍긍하던 나에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옛 전우들을 만나 다시 나를 찾는 실마리로 삼아야겠다는 스스로의 결단(?)으로, 매서운 찬바람이 피부를 파고드는 사나운 추위 속을 헤치고 노병들이 하나, 둘 모인다.

한잔, 또 한잔 술잔이 거듭되면서 다시 가슴 저 아래에서 꿈틀대는 무엇인가를 느낀다. 무력감에서 깨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수렁 속에서 헤어나야 한다는 몸부림이 함께 익어가는 노병들의 추억담에서, 새봄에 발아를 준비하는 작은 씨앗이 되어 살아남을 느낀다. 몸과 마음이 상쾌해 진다.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가기보다 훨씬 더 신선하다.

늘 보이던 몇몇 전우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고, 그나마 소주잔을 거침없이 나눌 수 있음이 곧 ‘건강의 척도’라니 또 그렇다고 답하며 웃을 수밖에,

전우 여러분 ! 2018년 우리 또 건강한 모습으로, 가내 두루두루 행복이 충만한 해가 되시기 바랍니다.

김경만  2017/12/27 17:45:33 [답글] 수정 삭제
지금 우리 나이 70줄입니다. 자신은 무기력하고 아무 쓸모없는 늙은이로 자책할 수도 있습니다.
맥아더 장군의 미 국회의사당에서 마지막 남긴 말이 "노병은 죽지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비록 한 사람 한 사람의 몰골을 보았을 때 서글픔의 대상으로 인식하겠지요. 그러나 우리 참전
용사들은 죽은 것이 아닙니다. 어제 모임에서 보았지않습니까?. 다만 기력이 쇄퇴하여 소리가
작을 뿐이지요. 특히 음식점에서 나와 흡연하시는 전우님들(본인을 포함)대단하십니다. 그것이
바로 건강의 바로메타입니다. 능력있고 기력이 허락할때 기백을 살려 큰 목소리 한번 외쳐 보시지요. 이런 저런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신 전우님들 다음 기회에 뵙기를 희망합니다.
힘든 자리를 마련해주신 운영자님, 또한 거금을 쾌척해주신 홍윤기전우님 감사합니다.
먼 길이라고 종로3가까지 오셔서 깡통맥주까지 들려주셨던 고재목전우님 감사합니다.
정재성  2017/12/29 04:17:09 [답글] 수정 삭제
정상적인 국민이라면 젊어서는 몸과 맘을 합쳐 열렬히 애국선봉에 서지만 나이 들어선 육신이 서서히 쇠퇴하니 그저 정신으로만 소임을 수행한다고 자부하고 자긍심을 느껴야합니다. 이는 고희를 넘긴 우리 모두의 공통점인 것입니다. 아마도 그 유명한 이순신 장군도 안중근의사도 우리네 만큼의 나이에 다다렀다면 아마도 다 다그러했을 것입니다. 나라사랑의 열기를 젊은 한때의 객기였다고 소회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의 비위를 뒤틀리게 하고 있는 지금의 나라꼴 때문에 치미는 울화가 원인이라 짐작됩니다. 개인의 따라 우울해 지는 원인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우울증(Depression)은 심각한 증후군의 하나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아직 정신은 살아있으니 늘 주변과 접촉하며 바쁜 일상을 유지하고 특히 젊은 세대들을 선도하는데 여생을 최대한 활용해야합니다. 그 옛날 함흥차사 얘기를 떠 올릴 정도로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근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건강 잘 유지하시고 새해에는 좋은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고재목  2017/12/29 18:28:50 [답글] 수정 삭제
오랜만에 홍윤기 전우님과 얼굴을 맞대니
이산가족 상봉하듯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해맑고 쾌활한 모습에 궁금하고 염려했던 마음이 다 사라졌습니다.
나이가 들 수록 주변에 친구가 있어야 됩니다.
침잠은 운동부족과 우울증을 부르고 심해지면 들어눕는 것이고
그 다음은 자신과의 결별입니다.
노년기는 우울증이 기본적인 병입니다.
그러니 정해진 일과대로 생활하도록 노력하고
부지런히 운동하고 부지런히 친구들 만나고 깨끗이 씻고 향수도 좀 바르고...
자신을 사랑하는 생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 만나는 날까지 살아야 할 이유를 꽉 채워 찬란한 아침해처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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