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 계신 존경하는 사령관님, 저는 지금부터 25년 전 소생의 부모님들을 여일 때 드디어 남들이 말하는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비통함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25일 오후 3시 12분 연세대 세브란스 2010호 병실에서 주치의가 사령관님의 가슴에서 청진기를 떼면서 사령관님의 운명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때 바로 그 순간 또 다시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비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며칠전만해도 “사령관님, 정재성입니다” 라고 말씀드렸을 때 아직 온기가 남아있으신 손으로 소생의 손을 꼭 잡아주시던 사령관님이셨는데 말입니다. 인생무상 이라는 표현이 바로 이런 상황을 말 하는가 봅니다.
그 순간 병상을 에워싼 가족들 특히 평소 그토록 사랑 하시던 사모님의 애통해하시는 모습은 가히 형언이 불가했습니다.
오래 동안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경덕, 은화, 경화 세 남매, 며느님과 사위 그리고 손녀들의 통곡의 마지막 인사는 옆에 서있는 소생의 두 눈을 뜨거운 온천수에서 계속 헤엄치게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휭한 아산병원 지하 안치실에서 사령관님을 좁은 공간에 모시고 마지막 거수경례를 올렸을 땐 저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부모님처럼 모셨던 소생에게 남겨주신 사령관님의 사랑을 순간 견디기 어려웠었나 봅니다.
사령관님, 사모님께도 약속을 드렸습니다. 비록 사령관님께선 천상에 게시지만 이승에 홀로 남으신 사모님께도 변함없는 모심의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입니다. 하오니 사령관님, 먼 훗날 두 분께서 다시 재회하시는 그날까지 염려놓으시고 편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사령관님, 부디 영면 하옵소서! 충성!!
정재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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